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코리아세일페스타’ 사무국의 공식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쇼핑백을 5개나 들고서서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모델과 함께 이러한 내용이 내걸렸다.

국내 최대의 쇼핑할인 축제라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지난달 28일부터 10월31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진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다수의 공공기관 그리고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합동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400여개의 기업이 참가할 정도의 큰 규모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대한민국을 들썩일!’ 정도에 못 미친다. 오히려 연중무휴로 이름만 바뀌는 백화점 정기세일 행사보다도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지 못한다는 지적이 생겨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열흘의 긴 추석연휴가 있었고, 행사규모에 비해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할만한 할인폭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에서 56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지만 내수진작과 외국인관광객 유치 목적에 얼마나 부합될 성과를 낼지 회의적이다. 이러다 또 한번 생색내기 행사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다. 아니 그보다 근본적인 의문은 이런 행사를 왜, 반복하느냐는 것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모방했다고 한다. 11월 마지막 목요일부터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할인행사는 유통업체가 제조사에서 해가 넘길 물건을 싼값에 매입해 큰 폭으로 할인판매한다. 유통사가 판매수수료만 챙기는 우리나라와는 구조가 다르다. 미국 유통점이 ‘대량구매 박리다매’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유통점에서 일방적으로 할인폭을 정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 최대의 쇼핑축제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행사라지만, 정기세일을 넘어서는 소비자 관심을 끄는데는 애초 무리가 있다.

국내 최대의 쇼핑축제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행사라지만, 정기세일을 넘어서는 소비자 관심을 끄는데는 애초 무리가 있다. 사진은 지난 열흘간의 연휴기간 동안 서울 명동을 찾은 소비자와 관광객들.   ©중기이코노미

미국과 다른 것은 또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유통업체들의 자발적 행사다. 제조사는 재고를 줄이고 소비자는 일년에 단 한번 파격적인 가격을 제공받는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윈-윈’ 축제인 셈이다. 그러나 코리아세일페스타는 규모있는 할인행사로 국민들의 주머니를 열어 돈을 돌게 만들겠다는 정부주도형 내수진작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코리아블랙플라이데이가 2016년 코리아세일페스타로 명칭이 바뀌어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다.

그런데 이 행사는 첫해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쉬운 해고, 저임금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텅 비어 있는데, 소비를 일으켜 내수를 살리겠다는건 앞뒤가 뒤바뀐 정책이라는 비판이 가장 컸다. 또 대형 유통업체, 쇼핑몰 위주의 정부주도형 행사는 오히려 자영업자와 영세상인을 소외시켜 빈부의 간극만 키울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두번의 정부주도 세일행사는 변죽만 울린채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끝이 났다. 국민들의 빈 주머니를 털어 내수를 살리겠다는 어이없는 정책, 어쩌면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적폐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경제민주화, 적폐청산을 내건 새 정부가 똑같은 행사를 시작했다. 정부주도,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쇼핑몰을 내세운 것도 똑같다.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별로 나아진게 없다. 빈부의 차이는 더 커졌고 국민들 살림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비할 여력이 없는데도,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왜 이리, 국민들에게 돈 쓰라고 등 떠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민들이 소비할 여력을 만들자’, 그게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민주화의 근간이다. ‘대한민국을 들썩일! 관광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 안한만 못한 행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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