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입찰제한 제재를 받은 업체와 지난 5년간 2조원이 넘는 계약을 버젓이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에 따르면 서류위변조, 계약미이행, 금품제공 등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총 204개의 업체에 대해 최저 3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부정당업자로 제재해 입찰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기간 동안 2조1555억원 규모의 조달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조달청의 부정당업체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달청이 제출한 ‘2012~2017년 8월 부정당업체의 제재기간 중 공공사업 계약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여간 166곳의 부정당업체가 입찰제한 제재기간에도 총 611건, 19조3419억원 규모의 공공사업 계약을 따냈다.

현행법상 공공조달 과정에서 각종 비리·비위 행위가 적발된 부정당업체는 최대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된다. 제재대상 비리로는 ▲입찰가격 인하 등을 위한 담합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 ▲불공정 하도급 거래 ▲입찰서류 조작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법행위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 업체가 어떻게 계약을 할수 있었을까? 기업이 법원 결정을 통해 제재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는 ‘가처분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 업체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2~3년간 제재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2012~2017년 상반기, 부정당업체가 신청한 가처분신청 365건 가운데 315건(86.3%)이 인용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최종판결시 정부 결정이 옳았다는 확정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낙찰받은 사업에 대해 취소 등의 제재는 사실상 불가하다.

이에따라 업체들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을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부터 하는 것이다. 만약 소송 중 정부 행정제재에 대한 특별사면이라도 이뤄지는 경우 기업은 제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소송 여력이 되는 기업은 가처분을 신청해 3~4년 동안 버티다가, 특별사면으로 처분을 면제받는 식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부정당업체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여야의원들의 지적에 정양호 조달청장은 “법적인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똑같은 잘못이 반복 지적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비리행위를 근절해야 할 정부기관이 되레 비리를 용인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이같은 오해에서 벗어나려면, 부정당업체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부정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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