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2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이 김도진 기업은행장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 투자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월14일 오후 기업은행은 영화제작사에 이메일로 ‘제작비 예산서’, ‘손익분석표’ 등을 요청했다. 제작사는 1장짜리 수익관련 자료를 포함, 기업은행이 요청한 자료를 다음날인 15일 오후 4시에 보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제작사의 자료가 제출되기도 전인 15일 오후 1시46분에 최초의 검토보고서인 ‘예비검토보고서‘를 출력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기업은행 문화콘텐츠투자 심사협의회는 11월6일 인천상륙작전에 투자를 최종 확정하고, 9일 최초 계약서를 작성했다.

박 의원은 “예비검토보고서의 근거자료를 검토한 결과, 그 내용은 대부분 영화 시나리오와 영화의 기획의도 등 영화 담당기자에게 배포하기에 적당한 자료에 불과하다. 투자 요청과 관련된 수익확보 방안 등 재무적인 자료는 ‘인천상륙작전 예상 손익’ 제목의 단 1장뿐”이라고 지적하며, “1장짜리 투자요청 관련 재무자료조차 관객수에 따른 예상손익만 정리하고, 관객동원을 위한 마케팅 계획이나 예상관객 동원이 가능한 근거 등 일반적으로 투자를 요청할 때 제시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기초적인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박 의원실에 “기업은행은 9월부터 영화제작사와 투자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고 해명했지만, 박 의원은 “20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에서, 수익과 관련된 부실한 재무자료를 하루 전에 요청했고, 자료를 받은 당일에 ‘20억원 투자검토 진행이 필요’하다는 예비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투자하기로 결정된 상황에서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향후 투자를 결정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박 의원은 “2015년 11월9일 작성된 계약서에 따르면, 제작사는 제작비용을 공제하고 남은 수익 중 40%를 배분받고 자신들이 ‘배우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16년 6월24일 수정 계약서는 수익 배분 전에 배우 인센티브를 제작비용으로 공제하고 있다”며 “수정된 계약서를 보면 기업은행은 더 불리하고 제작사에는 더 유리해졌지만, 계약조건 변경 검토보고서에 기재된 ‘검토의견’에서는 이 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인천상륙작전은 국가보훈처에서도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지원을 했다”며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지난 2017년 9월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건전영화 관련해서 2014년·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의 지시가 있었고, 2015년 1월28일 비서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건전영화 보급확산을 추진하고 건전영화 펀드 지원 강화’ 등이 보고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 의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하기 이전인 2015년 10월까지만 해도 11편의 영화에 총 46억원, 평균 4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기업은행은 인천상륙작전 외 비슷한 성격을 가진 ‘연평해전’에도 기존 영화와 다르게 약 12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기업은행의 영화투자 총액은 72억2500만원인데, 이 중 연평해전과 인천상륙작전 두 영화에 투자한 금액은 36억2500만원으로 전체 영화 투자금액의 50%가 넘는다.

이에 대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향후 투자를 결정할 때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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