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표면적으로 이 사건 제빵사들은 파리바게뜨 본사나 가맹점이 아닌 협력업체가 고용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협력업체에 빵 만드는 일을 도급주고, 협력업체는 제빵사들을 가맹점으로 보내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제빵사들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으로 출근해 일을 했지만, 빵을 만드는 과정을 포함해 노무지휘권의 대부분을 가맹점주가 아닌 파리바게뜨 본사가 행사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르면, 제빵업무는 근로자파견이 허용되지 않는다. 파리바게뜨의 행위는 도급을 가장한 ‘근로자파견’으로 불법파견이다. 파리바게뜨는 파견법 6조의2 제1호에 정한 불법파견 위반에 따른 벌칙으로 제빵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제빵사를 자기 직원처럼 부린 이유는 뭘까?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에 따라 브랜드 서비스의 품질을 통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는게 파리바게뜨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직접 고용하면 될 것이 아닌가? 파리바게뜨가 직영점을 통해 제빵사들을 직접 고용하면, 그만큼 인력운용에 따른 금전적 부담이 커진다. 그러니 협력업체에 고용된 제빵사를 자기 직원처럼 사용하며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다. 즉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력운용 전략이 불법파견 문제의 핵심이다.

불법파견은 대부분 ‘도급계약’이란 외피를 쓰고 이뤄진다

이처럼 현장에서의 불법파견은 대부분 ‘도급계약’이란 외피를 쓰고 이뤄진다. 최근 불법파견 노동자를 사용한 대형마트 세이브존에 대해 법원은 ‘도급’이란 외피를 걷어내고, 근로관계 실질이 ‘근로자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세이브존에 불법사용한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판결(의정부지법, 2017.7.14 선고, 2015가합71412)한 것이다.

◇사실관계=김○○와 성○○ 등 근로자 6명은 지난 2008년부터 용역업체 A사에 순차적으로 입사해, 다른 용역업체 B사를 통해 ‘세이브존’ 매장에 파견돼 계산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용역업체 A사가 2014년 9월 폐업하자, 이들 계산원들은 다음날로 또 다른 용역업체인 C사, D사, E사 등으로 소속이 변동됐음에도 세이브존 매장에서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다 2015년 12월 이전에 모두 퇴사했다.

이들 근로자 6명은 용역업체 A사가 폐업한 2014년 9월 즈음, 실제 사용자인 세이브존에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2015년 3월 법원에 세이브존을 상대로 근로자지위를 확인해 줄 것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장과 항변=이 사건 근로자 6명(이하 원고)이 최초 입사한 용역업체 A사와 B 용역업체는 모두 설립 당시 노동부장관으로부터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업체다.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에 고용된 제빵사를 자기 직원처럼 사용하며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다. 즉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력운용 전략이 불법파견 문제의 핵심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에따라 원고들은 파견법 위반의 효과로서 세이브존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6명중 5명에 대한 세이브존의 직접고용의무 발생일은 구 파견법에 따라 입사일로부터 2년이 된 시점이라는 것이 원고들의 주장이다. 또 나머지 1명 근로자의 직접고용의무 발생일은 ‘불법파견 즉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파견법이 개정됨에 따라 개정 파견법이 발효된 2012년 8월2일부터라고 주장했다.

파견법 위반에 따른 직접고용의무 주장에 대해 세이브존은 원고들이 용역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했다는 이유를 들어 세이브존과 원고들간의 관계는 ‘근로자파견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이라고 항변했다. 원고들과 세이브존간에는 근로자파견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고용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세이브존은 원고들이 “A사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소의 이익이 없다”며 ‘본안심리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세이브존의 본안전항변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A사와 근로제공을 중단한 사유는 A사와 후속업체간에 발생한 것이며, 그와 같은 사정이 피고가 원고들을 불법 파견받아 사용하고 있는 이상 고용의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본안심리를 계속했다.

◇근로자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이어진 본안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세이브존이 ‘불법파견 근로자를 사용했다’는 판단 기준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을 다룬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법리에서 찾았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을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파견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인 파견사업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 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 이행으로 정해지고 파견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 등을 근거로 근로관계의 실질을 판단했다.

대법원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파견 여부의 결정에는 ▲파견사업주의 실체가 존재하는지 여부 ▲제3자인 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해 직접적 지휘·감독 등 노무감독권을 행사했는지 여부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제3자의 실질적 목적 ▲제3자인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와의 파견근로자가 혼재하여 작업하는지 여부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본안심리=근로자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용주인 A사가 세이브존이 요구하는 필요인원에 따라 산정된 도급금액을 수령할 뿐,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A사 스스로의 노력이나 판단에 따라 독자적 이윤창출의 기능이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원고용주로서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들의 수행업무가 세이브존의 표준화된 매장영업 규칙에 따라 1차적으로 결정됐으며, 세이브존의 갑작스런 사정변경(일시적인 고객의 증가 등)시 세이브존의 필요에 따라 원고들의 업무내용이 2차로 결정됐던 점, 세이브존의 필요에 따라 총 인원, 연장 및 야간근로 여부, 출퇴근시간을 세이브존이 결정하고 작업배치권 등을 행사한 점, 세이브존이 원고들의 근로상황 전반을 관리하며 휴가사용 등을 파악해 온 점을 용역계약을 부인하는 징표로 들었다.

여기에 손님이 많을 경우 세이브존 소속 근로자들이 원고들과 함께 계산원업무에 혼재 투입된 점, 원고들의 수행한 계산업무가 단순·반복적인 것으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과 달리 상시적으로 세이브존 매장에서 원고들의 근로가 제공된 점, 원고들이 업무시간에 목에 걸고 있는 출입증에 세이브존 매장의 상호명과 소속팀 그리고 담당업무 등이 기재돼 외형적으로 세이브존 매장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엄격하게 구별되지 않았던 점, 도급액이 원고들의 근로시간과 근로자수에 따라 임률도급방식으로 정해진 점을 들어 원고와 세이브존과의 관계는 근로자파견이라 결론냈다.

◇판결의 내용과 파장=이에따라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해 구 파견법과 개정된 파견법이 정한 고용의무발생일부터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무가 발생했다고 판결했다. 2008년 A사에 입사한 근로자의 경우 입사일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부터는 세이브존 근로자 신분이라고 확인해 준 것이다. 

판결에 따라 원고들의 근로자지위가 소급 인정됨으로써, 세이브존에 직접 고용됐다면 지급받았을 임금을 기준으로 1인당 2500만~39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액도 전액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민사재판과는 별개로 세이브존은 불법파견 위반혐의로 형사재판까지 앞두고 있다.

이번 판결은 특징은 제조업 불법파견의 기준을 제시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서비스업에 인용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기자재나 시설을 이용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관리자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만 협력업체, 입점업체 등의 이름으로 간접 고용된 용역, 도급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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