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企 기술탈취 논란 ⑤㈜비제이씨 최용설 대표 인터뷰]“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비제이씨가 이제 막 기술로 해외진출을 시작하고 성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기술탈취와 거래단절에 발목이 잡혀 막막한 상황이지만, 현재 진행중인 기출탈취소송을 한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제이씨의 최용설 대표가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기술탈취 여부를 둘러싼 갈등과정에서 현대차는 지난 2015년 4월, 10여년간 납품했던 비제이씨에 대해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현재 위기가 유망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믿고 거래했던 대기업이 탈취해 초래된 것이라 더욱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비제이씨의 해외진출, 현대차에 발목 잡혀

비제이씨가 이제 기술을 인정받아 해외로 진출을 시도하는 시점이라 타격은 더욱 크다. 비제이씨는 다음달 베트남 방문이 예정돼 있다. 300만 헥타르(ha)이르는 고엽제 오염지역을 정화하기 위한 시범사업 대상지역 선정 등 베트남 환경자원부와 사업계획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비제이씨는 지난 2013년부터 자체 기술을 통해 고엽제(다이옥신)를 미생물로 정화하는 실험을 추진해 올해 8월 최종 성공했다. 최 대표는 “비제이씨의 기술로 정화된 토지의 개발이용 권한을 한국에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도 거론되고 있다”며 “이외에도 올해부터 중국기업과 바이오수소 생산사업도 논의하고 있지만 기술탈취 사건이 터지고, 현대차가 계약까지 해지함에 따라 자금난으로 인해 원활한 사업진행이 매우 힘들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최 대표는 “2004년부터 월 1억7000만원, 매년 적게는 15억원 그리고 많게는 20억원 매출이 현대차와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2004년 이후 단가 인상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를 두고 뭐라 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2015년 5월 월평균 1억원의 납품계약 해지 이후, 올해 5월 그나마 유지했던 월 7000만원 거래마저 해지됨에 따라 비제이씨의 매출은 전무한 상태”라며 “1년에 4~5억원에 이르는 직원들 월급은 직접 자산을 팔고, 빚을 내가며 지급하고 있다. 중소기업으로서 해외에 진출해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점에 대기업으로부터 발목이 잡혀 매우 조급한 마음이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독점적 시장점유에 대안 마련 힘들어…비전공자가 1년만에 개발할 기술 아니다

올해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앞두고 있는 비제이씨는 현대차 기술탈취 사건이 일어남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사진=비제이씨>   ©중기이코노미

우수한 기술력을 무기로 다른 거래업체를 찾으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물었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 최 대표의 말이다. 비제이씨가 개발한 기술은 단가가 높아, 국내에서는 현대차를 제외하고는 단가를 맞춰줄만한 기업이 없다는 얘기다. 이어 최 대표는 “비제이씨의 설비와 사무실이 현대차 울산공장 내에 있는데, 계약해지 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채 직원들만 쫓겨난 상태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상화 된다면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런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 보고서와 현대차 주장에 따르면 현대차의 이 모 사원과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1년만에 비제이씨 특허기술과 유사한 기술을 개발했다. 최 대표는 “경북대와 현대차 직원이 산학과제 계약체결 후 1년이란 시간안에 해당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없다”며 “현대차 이 모 직원은 해당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환경공학 전공자이고, 석사학위 논문 발표 당시에 입사1년이 조금 넘은 신입직원으로 실무경험도 부족한 상태였다. 경북대 산학협력단 또한 환경공학과이고, 현대차 직원은 경북대 환경공학과를 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제이씨에서도 환경공학과 출신 소속직원들의 미생물 교육을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협약을 맺고 있을 정도로, 비제이씨 기술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비제이씨가 6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을 비전공자인 현대차 직원이 회사에 다니며, 짬짬이 남는 시간을 이용해 경북대와 산학과제를 통해 1년만에 개발했다는 것이다. 비제이씨가 제공한 기술자료없이 비전문가가 개발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기간이다”며 “석사논문에 사용된 실험도 현대차 이 모 직원이 아닌 경북대에서 수행했음에도, 석사논문을 통과시켜 준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책임자 밝히고 특허 권리 지켜주길…중소기업을 위한 선례 남기고파

올해 5월 현대차가 비제이씨에 계약해지 통보를 하자, 을지로위원회는 현대차와 비제이씨를 불러 3자대면을 했다. 이후 현대차는 올해 계약해지를 통보한 7000만원 거래중 4000만원에 대해서만 거래를 회복시켜 주겠다고 통보했다. 최 대표는 “월 4000만원으로는 비제이씨를 유지하기 힘들다. 현실성 없는 제안을 받고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제이씨의 최용설 대표는 "막상 당해보니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이 안타깝다"며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비제이씨가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라고 했다. 최 대표는 “신입직원이 그리 위험한 일을 혼자 벌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 책임자의 직접 사과와 함께 거래관계를 원상회복하고, 특허에 대한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원하는 전부”라고 했다.

이어 최 대표는 “해외로 나갈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인해 꿈이 접힌 케이스가 비제이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당해보니 중소기업이 처해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기업이야 1심에서 지면 2심, 3심으로 이어가도 상관없겠지만, 그 사이 중소기업은 다죽어간다. 비제이씨 또한 도산 직전 상황이다”며 “대기업을 상대로 이긴 중소기업이 거의 없다. 하지만 비제이씨는 대기업 기술탈취의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고, 그렇기에 현대차와 끝까지 싸워서 중소기업을 위한 선례를 남기고 희망을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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