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은 반도체에 들어가는 부품인 페이퍼를 제조하는 ‘메이플세미컨덕터’에 지난 2009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2억6400만원의 기술보증을 지원하고, 또 지난 2011년 4월에는 보증연계투자 방식으로 15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기보가 투자한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올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지난 7월 대표 박 모씨(50) 등 3명이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기업이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보는 메이플세미컨덕터에 대해 분기별 회계감사 등 총 35차례에 걸쳐 사후관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사기와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했다”며 “기보의 관리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의원에 따르면, 메이플세미컨덕터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웨이퍼 중 가치가 없어진 폐웨이퍼를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보낸 뒤, 국내 5개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1370억원을 유용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0.5달러정도인 폐웨이퍼의 장부상 가격은 적게는 250달러, 많게는 800달러까지 부풀려 졌다.

김 의원은 “메이플세미컨던터가 신고한 매출액을 보면, 2008년 9억원 이후 2009년 47억원, 2010년 88억원, 2011년 154억원 등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배에 맞춰져 오르고 있다. 또 2012년 211억원 이후 2014년 429억원으로 2년에 걸쳐 또 두배가 올랐다”며 “장부만 봐도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에 영향을 끼칠만큼 타당한 이유가 없이 실적이 급증했지만, 기보는 해당 기업에 대해 높은 신용등급까지 매겼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기보는 2010년부터 작년 5월까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사업안정성을 S등급으로 분류해 사업안정성 부문에서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6년이 넘도록 기보는 분기별, 연도별 회계감사를 시행했음에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기보내 수출이상 징후나 분식회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뭐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대해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면자료로 검토하다 보니 적발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기보의 허술한 시스템은 메이플세미컨덕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9월까지 허위자료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 기보가 보증한 금액이 160억8850만원에 이른다. 이 중 회수액은 66억 9995만원으로 41.6%에 그치고 있다. 허위자료를 제출한 23개 업체 중 7곳은 기술보증기금 내부 직원이 연루돼, 약 92억99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매년 2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업이 제출한 허위사실을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원업체의 허위자료 제출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손실 회수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허위자료로 인한 손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