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이 지난 9년간 조세회피처에 직접투자 명목으로 송금한 금액이 36조113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바하마, 리히텐스타인 등 50개국을 조세회피처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데, 조세회피처 국가에선 법인과 개인의 금융 조세정보 비공개를 법으로 보장하며, 주로 서류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금융거래가 이뤄진다.

30일 국회 기회재정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해외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대기업이 조세회피처 국가에 594조858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수취액은 428조4518억원으로 송금액보다 165조6340억원이 적었다.

국내 대기업의 전체 송금액 가운데 직접투자 금액은 36조1130억원이었다. 최근 9년간 조세회피처 국가에 대한 개인과 법인의 직접투자 규모는 총 44조7832억원인데, 이 중 대기업의 직접투자 규모는 80.6%를 차지한다. 직접투자는 수출입 결제대금이나 제3국 투자를 위해 경유한 금액을 제외하고 조세회피처 국가에 회사나 공장 등을 설립하거나 부동산 취득 등에 쓴 금액을 말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박 의원은 조세회피처로 흘러간 대기업의 돈은 직접투자를 가장한 재산 은닉이나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회피처는 법인세의 세율이 없거나 매우 낮기 때문에 수출 대금 등을 보내 외국인 자금으로 둔갑시켜 국내로 들여오거나 자금세탁용 거래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세청의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 부과건수와 추정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30건, 1506억원 규모였던 국세청 역외탈세 징수세액은 2016년 228건, 1조3072억원으로 760%나 급증했다.

박광온 의원은 “조세회피처로 들어간 직접투자 금액의 성격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이전가격 조작, 사업구조 재편 등을 활용한 지능적인 조세회피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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