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0일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방침을 철회하고 국감참여를 결정했다. 지난 26일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국감참여를 거부한지 나흘만의 복귀다. 국감거부의 명분으로 제시했던 방문진의 보궐이사 선임이 취소되는 등의 사정변경 사유가 전혀 없음에도, 한국당이 국감복귀를 결정한 속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애초부터 억지춘향격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정작 관심이 가는 대목은 국감복귀 후 한국당이 취할 정치적 행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복귀를 결정한 의원총회 직후 “(국감 보이콧은) 야당으로서는 방송장악 음모에 대한 최소한의 항의였다”며 “국감을 재개하고 대여투쟁 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 발언 어느 구석에서도 행정부에 대한 비판견제 기능의 총화인 국감을 팽개친 책무 방기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없었다. 오히려 실체도 없는 ‘방송장악 음모’라는 억지주장과 함께 국감파행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서, 적반하장격으로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며 호기까지 부리고 있다.

한국당의 국감거부와 복귀과정, 최근 적폐청산을 둘러싼 정치보복 논란 등을 지켜보면서 한국당의 존재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새삼 자문했다.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제외하고 정치적인 성향과 이념 측면으로 본다면, 막연하게나마 한국당이 보수(?)세력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임이 한국당의 ‘아무말 대잔치’를 통해 드러났다.

보수의 중심 가치는 ‘법과 원칙’임에도 한국당의 최근 행태를 보면 법과 원칙보다 한국당 의원 개인의 안위를 공공연하게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 정권에서 행한 온갖 종류의 불법에 연루된 자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원내 제1야당이란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방산 및 채용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를 ‘정치보복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하라는 것이 한국당의 사실상의 당론이다. 전 정권이 검찰·국정원·군·행정부 등 국가권력 전부를 동원해 ‘민주주의공화국’를 파괴하고 전체주의국가로 바꾸려 했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정치보복이란 이유로 적폐청산을 멈추라는 것 또한 한국당의 당론이다. 불법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법과 정의를 바로세우지 않고, 묻어두자는 것과 보수의 가치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한국당이 답해야 한다.

한국당의 또 다른 기반, 즉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평화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전 정권의 안보에 대한 무지와 무능, 그리고 한국당의 최근 행보가 한반도 정세를 오히려 위태롭게 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에 대해 ‘노(No)’라고 얘기했다면, 미국에도 자주권을 주장함으로써 균형외교를 통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대북관계에서 대화없는 압박만으론 헌법상 명령인 ‘평화통일’은 차치하고라도 평화체제 구축도 요원하다는 것인 역사적 경험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한미동맹을 한반도 평화체제보다 상위개념으로 규정하고 전술핵 재배치, 호전주의자인 트럼프에 대한 ‘짝사랑’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전 정권의 총리와 국방장관이 강행한 사드배치로 초래된 중국의 경제보복과 안보불안 정국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30일 한겨레신문이 촛불집회 1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76.4%다. 10명의 국민중 8명 가까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19.9%였다. 또 10명중 7명의 국민(68.2%)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에 대한 수사를 지지했으며,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67.8%)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폐청산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야할 정부와 집권여당의 입장에선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치라는 것이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인데, 지금 한국당이 보여주는 정치행태는 현실도 외면하고, 명분도 포기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아마도 향후 정치일정에서 한국당의 ‘국감거부와 복귀’의 ‘떼쓰기’는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당근’마련에 고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잠깐의 ‘평화’을 위해 ‘법과 정의’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정부와 집권여당에 당부한다. 국민의 촛불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은 전 대통령이 법과 정의를 외면하고, 권력을 자신의 입맛에 따라 남용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적폐청산 그리고 드러난 불법에 대한 책임과 단죄는 문재인 정부에 부여된 국민의 명령이다. 혹여라도 ‘정치’ 또는 ‘타협’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명령을 거스르는 일이 없기를 다시한번 당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적폐는 편 가르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을 씻어내는 것이다. 정의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분명하게 제시한 국정기조에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보다 강력하고 철저한 적폐청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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