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VIP카드 소지자는 ‘특별한’ 혜택을 받는 고객을 의미한다. VIP고객도 몇 단계의 등급으로 나뉘기도 하지만, 백화점은 VIP고객을 위한 별도의 라운지를 운영하고 무료주차 혜택을 주거나 희소상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이중 VIP고객들이 선호하는 혜택은 상품 구매에 대한 할인일 것이다. VIP고객의 구매력이 큰 만큼, 할인금액도 커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행복한백화점’에서도 VIP고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년 구매실적 500만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1년간 최대 10%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한백화점의 VIP혜택은 중소기업유통센터 임직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임직원, 지역공무원 등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행복한백화점 VIP할인혜택 12억원 중 약 70%에 해당하는 8억5000여만원은 유통센터 임직원이 받은 혜택이었다. 일반우수고객에 대한 할인금액은 2억7500여만원으로 전체 할인금액 중 22.6%에 그쳤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 취재결과, 행복한백화점에서 VIP카드를 발급해 현재 사용 중인 VIP회원은 총 533명이다. 이 중 일반 우수고객은 95명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카드는 유통센터 임직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공무원 등에게 발급됐다. VIP할인 혜택을 대부분 공무원 복지에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중기유통센터 백화점전략팀 담당자 A씨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행복한백화점의 경우 단가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취급하고 고객의 구매단가도 낮다보니 VIP고객 비율도 낮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행복한백화점은 대형백화점과 비교해 매출액 규모도 1/10 수준이며, 앞으로 VIP혜택에 대한 홍보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정 의원은 “VIP카드가 입점업체의 우수고객 유치수단으로 활용하기 보다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의 복지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VIP카드를 통해 우수고객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복한백화점 4층 중소기업 정책매장 아임쇼핑. 찾는 이가 적어 한산한 모습이다.   ©중기이코노미

일례로 행복한백화점 홈페이지에는 VIP카드 제도에 대한 안내나 우수고객 혜택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다. 다른 대형백화점 홈페이지에서는 우수고객 혜택에 대한 소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수고객 유치는 곧 백화점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백화점에서도 우수고객을 유치하려는 의지가 적극적인 것이다.

행복한백화점에서 VIP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전년도 사용실적 5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전년 구매실적 2000만원에서 5000만원 이상인 타 백화점의 우수고객 등급과 비교해 무리한 금액은 아니다. 유통센터 임직원은 사용실적과 상관없이 VIP카드가 발급되고, 관계기관과 유관기관 공무원은 전년 사용실적 100만원 이상이 돼야 발급된다.

행복한백화점에는 150여개의 중소기업이 입점해있다.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행복한백화점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고객이 찾아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는 것이 유통센터의 의무다. 

그러나 유명 대기업브랜드나 수입제품을 취급할 수 없어 매출액 규모 자체의 한계가 있다거나, VIP고객 혜택에 대한 홍보를 앞으로 하려고 한다는 유통센터의 이야기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유통센터가 중기이코노미에 밝힌 우수고객 비율이 적은 이유는 다시말해 유통센터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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