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는 정책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이유로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오프쇼어링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인건비 상승, 스마트공장 도입 등으로 역외생산비용과 본국생산비용이 큰 차이가 없게 되자,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자국기업의 국내복귀를 돕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제조업을 부활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법까지 제정,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를 돕고 있다. 2013년 제정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그것이다. ▲법인세 및 소득세의 최대 7년간 50∼100% 감면 ▲최대 60억원 투자보조금 지원 ▲고용보조금 지원 등이 골자다.

그러나 국내복귀 기업 수는 적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6년간 국내복귀 기업은 87개에 불과하다. 2012년 21개에서 2013년 30개로 소폭 늘어났지만, 2014년 16개로 반토막이 났고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9개, 올해 8월 기준으로는 겨우 2개 기업만이 국내로 돌아왔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원책이 국내복귀 기업에 당근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사업장이 있는 기업이 복귀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해외법인 지분을 완전히 청산하거나 생산량을 50% 줄여야 한다. 해외사업장을 일부만 축소하거나 국내의 기존 사업장과 통합해 확장·이전해 복귀하는 경우에는 법인·소득세와 관세를 감면받을 수 없거나 지원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국내복귀시 현지 관련법령으로 인한 제약 등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법인·소득세 감면의 경우 기업이익 발생시점이 아닌 국내복귀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복귀기업은 해외사업장 완전 청산 후 국내로 돌아온 시점부터 법인·소득세를 5년간 100%, 추후 2년간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국내사업장 없이 해외사업장을 부분 청산한 경우에는 3년간 100%, 추후 2년간 50%를 감면받는다. 그러나 복귀 기업이 국내로 돌아와 바로 이익을 내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이익이 날 때쯤 세금감면기간이 끝난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 말이다.

지원되는 보조금의 한도와 기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내사업장이 없어 영업실적이 없는 복귀 기업은 금융권의 여신과 신용 등을 평가할 근거가 없다. 당연히 시중 금융권 대출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일수록 더하다. 그런데도 입지와 설비투자를 위한 보조금 한도는 60억원에 불과하다. 고용보조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국내로 복귀해 공장을 내고 지속적인 매출을 올릴 때까지 장기간이 걸리는데 고용보조금은 1년만 지원된다.

게다가 복귀 기업에 대한 지원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한 곳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수도권지역 복귀 기업에도 토지매입 비용, 임대료, 설비투자금액, 법인세 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2018년말까지 한시적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아울러 국내복귀시 해외사업장과 반드시 동일한 업종을 운영해야 하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복귀를 위해 행정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관도 부재하다. 이에따라 복귀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업이 직접 시청·도청 등 각 지방자치단체, 한국산업단지공단,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지원부 등을 찾아야 하고, 선정 후에도 자금조달을 위해 수많은 금융기관과 정책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허가를 받는데만 길게는 6개월 가량 소요되는 실정이다. 기관별로 지원 기준도 달라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유턴법 추진기관인 산업부는 지난 4년간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법에 따라 반드시 수립·시행해야 하는 ‘국내복귀기업 지원계획’ 내용은 법제정 이후 전혀 수정·변경되지 않았으며, 관계부처간 조율을 위한 ‘국내복귀기업지원위원회’ 회의 역시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산업부가 올초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복귀 기업에 ▲지역일자리확대 투자유치제도 ▲투자주체 국적차별 없는 인센티브 지원 ▲기업 원스톱 지원시스템 등 혜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이 역시 아직 검토·계획 중이다. 아울러 무역보험공사가 유턴기업에 제공하는 보험료 할인, 한도 우대 등의 혜택을 받은 기업도 2012년이후 전무했다. 정부 의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복귀 기업의 절반(50%)이 유턴법과 인센티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만족한다는 응답은 23.3%에 그쳤다. 응답기업은 국내복귀 당시 또는 이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높은 임금과 인력확보 곤란(36.3%)’, ‘자금조달 애로(16.5%)’, ‘세제지원 미흡(12.1%)’ 등을 꼽았다.

산업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몇해 전부터 국내복귀 기업 지원제도와 관련해 ▲선정 및 지원제도 일원화 ▲청산·양도와 자금지원을 도울 원스톱 지원데스크 설치 ▲복귀 기업 전용 보조금 신설 ▲동반복귀 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 여러 방안이 나왔지만 개선된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산업부가 적극 나서 국내복귀 기업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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