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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자산 없는 사업재편도 기활법 적용받는다 공장매각, 계열사 합병, 설비전환 등 과잉공급 해소하면 승인

기사입력2017-11-02 19:5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은 과잉공급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이 빠르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지원, 생산성과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취지에 맞춰 사업재편 계획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해야 기활법 적용을 받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활력법 활용지원센터의 김성광 팀장은 2일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활력법 적용사례 및 실무활용 설명회’에서 “사업재편 계획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합병·분할이나 자산양수도 뿐만 아니라 영업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기타 지분취득, 회사설립, 설비폐기 등 넓은 범위에서 사업재편 유형을 적용하고 있다”며 “기업활력법 활용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에서 상담을 받아 사업재편 계획을 세우면, 기업에 맞는 사업재편 계획을 손쉽게 승인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급과잉 공장매각 통해 기활법 적용=지난해 한화케미칼의 공장매각은 시장변화에 따른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기활법이 적용된 전형적인 사례다.

한화케미칼은 섬유의 염색이나 비누 제조 등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가성소다’를 연간 약 100만톤을 생산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성소다는 총 200만톤 정도로, 국내에서 130만톤, 수출로 70만톤을 소요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미국과 중국에서 생산되는 가성소다 생산 원가가 저렴해짐에 따라 세계적으로 과잉공급이 발생했다.

한화케미칼은 가성소다 생산량 20만톤을 줄이기로 결정하고, 생산공장 한 곳을 ㈜유니드에 매각했다. 유니드는 가성소다와 비슷한 제조방식과 설비를 필요로 하는 가성칼륨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다. 마침 생산량 증가가 필요했던 유니드와 공급과잉 부분을 정리하고자 했던 한화케미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한화케미칼의 공장을 매각하는데 기활법을 적용, 한화케미칼은 220억원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이연을 적용받을 수 있었고, 정부 R&D과제 우대가점도 받았다. 유니드는 적어도 3개월이 걸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3주만에 끝낼 수 있었다.

◇계열사·자회사 합병에도 기활법 적용=㈜신성솔라에너지는 태양광 제품 제조업체로, 국내 태양광 제품시장에서 과잉공급이 발생하고, 중국제품 생산량이 증가하자 경영상황이 나빠지고 있었다. 사업재편을 위한 자금을 구하던 신성솔라에너지는 상장된 계열사 두 곳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인해 자금줄이 막혀, 합병을 통해 해소하고 이와 동시에 신사업 진출을 시도했다.

김 팀장은 “상장회사 간 합병은 상법상 적어도 주주총회 소집 2주 전에 공지를 해야 하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도 20일이 필요하다. 또 기업에 따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도 받아야 하는 등 짧아야 3개월 정도 걸린다”며 “하지만 신성솔라에너지의 경우 기활법 적용을 통해 약 80일만에 합병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 대한 매수청구권에 들어가는 비용도 처음에는 200억원 정도 예상했는데 최종적으로 340억원이 필요했다”며 “140억원의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지만, 신성솔라에너지는 기활법 적용을 통해 원래 상법상 한달이 부여된 매수기간이 3개월로 늘어 그만큼 회사 운영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생산구조 변경해도 혜택 받을 수 있어=㈜우신에이펙은 샤시 등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전방산업인 건설업 경기악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덩달아 과잉공급도 발상했다.

우신에이펙은 알루미늄 생산설비를 매각해 과잉공급을 해소하고 이를 특수조명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우신에이펙의 이러한 구조변경도 사업재편으로 인정받아, 주총의결 등 사업재편에 필요한 기간을 단축했다. 이와함께 특수조명 생산은 정부 R&D과제 우선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자산매각 없는 사업재편도 적용대상=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한 자산매각이 없어도 기활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선박블록을 제작하던 ㈜유일은 조선·해양업이 어려워지자, 사업을 축소할 필요성이 있었다. 유일은 사용하던 공장을 임대계약으로 이용하고 있어, 팔수 있는 자산이 없었다. 유일은 기존 공장을 폐쇄하고 새로운 공장을 임대하면서, 기존 선박블록 제작이 아닌 알루미늄 고속여객선 제조사업으로 신규진출하겠다는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아 기활법 적용을 받았다.

김 팀장은 “판매할 자산이 없어도 충분히 사업재편을 승인받고 기활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원재료를 사와 납품하는 유통업체의 경우, 그 회사가 납품하는 제품이 과잉공급이라면, 해당 유통업체가 제품공급을 계속하는 것이 과잉공급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현재 쓰는 창고를 개조해 새로운 재료를 납품하는 사업재편을 하겠다는 것도 사업재편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