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해외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수출기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9.1%가 향후 해외생산기지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반면 해외생산기지를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4.7%에 불과하다. 100개 기업중 5곳 정도만 국내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현지법인중 제조업체의 10%(578개사)만 국내로 복귀하더라도 28만6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국내 청년실업자 61%(2016년 6월기준)와 맞먹는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제조국의 경우, 규제개혁과 강력한 지원책을 통해 기업의 국내복귀에 힘을 쏟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성장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美, 해외 일자리를 국내로=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됐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획·마케팅·디자인과 같은 핵심부서를 제외한 생산라인 대부분을 임금이 낮은 중국, 베트남 등으로 옮겼다. 이후 제조업 기반 약화, 실업률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제조업 부흥의 필요성에 따라 본격적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내놨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제조업 부흥(renaissance of the U.S. manufacture)’ 정책이 대표적이다. 법인세를 35%에서 28%로 인하하고, 제조활동공제법안을 통해 미국내에서 제조하는 업체에 세금공제혜택을 부여했다. 이에따라 제조업체의 경우 최대 25%의 특별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또 설비투자비용 조세감면을 통해 국내복귀 후 이전비용의 20% 범위내에서 5년간 법인세 감면액을 선지급했다. 기존 1년에 그쳤던 설비투자 세제혜택도 2년으로 연장했다.

반면 해외 아웃소싱 자회사에 대한 중과세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해외보유금의 14%였지만, 기업해외이익의 최대 19%까지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내·외국기업차별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적용했고, 기업규모에 제한을 두지않고 협상을 통해 사업별로 현금과 조세감면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쇼어링 정책은 더 공격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판 ‘경제 살리기’ 핵심이 바로 해외로 나간 일자리를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이기 때문이다. 후보시절부터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국외로 나간 1000여개 공장을 미국 본토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 공언했다. 또 취임 전 당선인 신분으로 세계 최대 에어컨업체인 캐리어(Carrier)와 합의를 통해 800개의 제조업 일자리 해외이전을 취소시키기도 했다.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도 법인세 감면(35%→15%·최저한세 폐지), 해외공장 생산제품의 미국 역수출에 35% 관세부과, 1개의 규제를 만들 때 2개의 규제를 없애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제도 등으로 강력하다. 실제 지난 9월에는 ▲법인세율 35%→20% ▲최고소득세율 39.6%→35%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이 상정됐다. 최초 공약에는 미치지 못하나 세제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경우 10년간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법인세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지원책에 따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내 제조업 취업자수는 2010년 1408만1000명에서 2015년 1533만7000명으로 연평균 2.2% 증가했다. 실업률도 2010년 9.6%에서 2015년 5.3%로 절반가량 줄었다. 2000~2003년과 2015년을 비교할 경우 제조업 일자리는 400%이상 늘었고, 오프쇼어링은 75% 줄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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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자체 자율성이 핵심=일본의 경우 미국과 달리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갖고 복귀기업 유치정책을 시행중이다. 중앙정부는 기업입지촉진법 등을 통한 규제개혁, 세율인하, 경제특구제도 등으로 복귀기업에 대한 산업환경 개선 등 간접 지원한다.

예컨대, 2000년대 초 고이즈미 내각은 ‘잃어버린 10년’ 회복을 위한 지역발전 차원에서, 아베 내각은 장기간 경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엔고로 위축된 제조업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책을 추진해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기업투자를 제한해왔던 ‘기성시가지공장제한법’, ‘공장재배치촉진법’을 각각 2002년과 2006년에 폐지했다. 또 2007년 6월에는 ‘기업입지의 촉진 등에 의한 지역에서의 산업집적 형성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이는 각 지자체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유치 권한이 생긴 지자체가 기업유치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공장부지·설비·인력·고용보조금 등을 지급하는 등 기업의 국내복귀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탓이다.

아베 총리는 2011년 3·11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동일본지역을 ‘부흥특구’로 지정해 입주하는 복귀기업에 특혜를 부여했다. 이와함께 법인세 실효세율은 기존 34%에서 20%선까지 인하했고, 도쿄와 오사카 등 국가전략특구에 규제특례조치와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R&D) 투자지원 등을 통해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에 힘입어 해외에서 철수한 일본 현지법인은 2007년 449개에서 2014년 628개로 늘었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에 투입된 금액도 17조5128억엔으로 2015년보다 10.9%증가했다.

◇“韓, 근본적인 환경 조성이 시급”=국내의 경우 제조업 부흥 차원에서 복귀기업을 지원하는 일본, 미국 등과 달리 단일 근거 법령(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복귀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실제 효과는 극히 저조하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를 늘릴 수 있는 정책적 묘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기업경쟁력실 장현숙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관련법을 통해 혜택을 주고 있지만, 기업이 이를 누리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기업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국내복귀를 돕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 이종명 팀장 또한 “미래시장이나 성장엔진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각종 규제와 지원책 부족으로 해외로 나가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11월말이나 12월초 관련 법률 개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자리위원회는 지난달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빠르면 연내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 국내복귀 기업중 고용규모를 늘리거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를 한 기업에 현금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강화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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