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졌던 한중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11일 통화스와프 연장을 시작으로, 같은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를 통해 양국이 사드배치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고 교류협력을 정상화할 것을 합의했다. 이달 10일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도 열린다고 하니, 두 국가 사이에 해빙기가 온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장기화되면서 피해를 입은 관광, 면세점, 화장품 등 관련업계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사드배치가 결정된 이후 국내기업은 일년여 넘게 힘겨운 시간을 버텨왔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했다. 각종 규제나 통관 등 비관세장벽이 높아지면서, 매출감소뿐만 아니라 경영에 직격타를 맞은 경우도 적지않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으나 대기업조차 중국내 사업을 철수하는데,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견뎌낼 능력이 있을리 만무했다. 중국진출을 예정했던 회사들도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새로운 지역을 물색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인해 한국경제가 입은 피해규모는 엄청났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추산한 기업의 피해액만 8조5000억원 정도다.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직·간접적 일자리 감소 등도 포함하면 GDP의 1%를 넘어서는 손해를 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순식간에 조성된 화해무드가 미덥지가 않다. 실제 31일 협의에서도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과 관련된 입장이나 내용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바꿔말해 한국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중국은 또 다시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무관하게 정부가 추진했던 수출 시장 다변화, 품목 다양화, 경쟁력 제고 등의 정책을 유지·강화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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