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영세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편성된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 정부예산안에 대해 국민의당은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대안으로 간이과세대상자 기준금액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안 편성을 반대하는 이유로 ‘기본적으로 영리행위를 하는 사업자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문제’, ‘내년 한 해로 끝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거론했다.

간이과세대상자 기준금액은 1999년 4800만원으로 정한 이후 20년 가까이 한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그동안 (간이과세대상자 기준금액이) 조정되지 않은 것은 현금을 사용하거나 해서 매출이 누락되거나 하는 불투명성”때문이라며 “(지금은) 신용카드 이용이 거의 100% 되다시피 했고, 현금을 쓰는 경우 현금영수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탈루문제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경제규모가 커졌고 탈세우려도 줄었으니,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올려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부터 자영업자·영세중소기업을 지원하자는 주장이다.

또 “우리 당에선 김관영 의원이 근로장려금 지급요건중 부양자녀 연령요건을 18세 미만에서 24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안을 내놨고, 김성식 의원은 40대이상 단독가구로 근로장려금 지급이 한정돼 있는데, 이를 청년단독가구로 확대해 자격을 부여하는 법안을 내놨다”며 근로장려세제 확대방안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예산편성 반대이유로 국민의당이 주장한 ‘시장질서 왜곡’은 지금껏 ‘혈세’를 먹고 생존하고 성장한 수혜집단이 재벌대기업과 금융부문이란 점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다. 다만 ‘내년 한 해’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은 수긍이 가고, 그에 대한 대안 마련은 정부·여당의 책무다. 그래서 김동연 부총리도 지난 9일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 해 해보고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정책위의장 그리고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지난 15일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선동,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정 의장, 자유한국당 김광림,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전년대비 16.4% 인상한 최저임금의 내년 인상률도 두자릿수를 기록해야만 가능하다. 인상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에 또 다시 3조원 규모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당 이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일자리안정자금 예산편성에 반대하고 있는데 내년에 이같은 기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여소야대 정치지형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영세중소기업 지원책을 제도화할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는 것은 정부·여당 몫이다. 국민의당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편성을 대신할 대안을 제시한 만큼 정부·여당으로선 외면하기보다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만 간이과세대상자 기준금액 인상을 통해 얼마만큼의 수혜가 자영업자·영세중소기업에 돌아가는지 국민의당이 먼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제 지원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중 어느정도를 메워줄 수 있는지 역시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간이과세대상자 기준금액 인상과 근로장려세제 대상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과 무관하게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도 검토해야 할 서민친화정책이다. 정부·여당은 내년 예산으로 편성된 3조원 일자리안정자금과 국민의당이 제시한 대안이 양립불가하다고 사전에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양당간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규모는 좀 줄겠지만 정부·여당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예산안에 편입하는 실리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민생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떨어진 당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이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주목한다. ‘민주당이 간이과세대상자 기준금액 상향조정과 근로장려세제 확대에 협력할 경우 일자리안정자금 예산편성에 협조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로 협치가 되고 대화와 타협이 된다면, 어려운 중소상공인 그리고 중소기업을 위해 정치권 전체가 나서서 합의한다면 못할 건 없다”고 했다. 이 의장의 발언대로라면 ‘협치’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산안전쟁’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최근 여야 모두의 입이 거칠다. ‘적폐청산’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예산안심의를 이용하는 야당의 구태도 보인다. 그럼에도 ‘과반수’가 필요한 다수결 의회민주주의 하에서 집권여당이 야당을 마냥 외면하기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또 예산안심의 이후에도 칼을 들이대야 할 썩은 환부가 좀 많은가. 이명박·박근혜정권 9년동안 법치를 외면한 결과 정치·경제·사회 부문중 어느 한군데 성한 곳이 없다. 연일 터져 나오는 구정권의 패악과 비리는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하고, 보는 눈이 성한지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지경이다. 국민의당과의 ‘협치’,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시도조차 안하기에는 집권여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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