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볶는집 리베(Liebe)’의 김영범 대표가 직접 핸드드립을 통해 코리아카노를 내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말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사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커피음료점이다. 2015년 8월 3만57명이던 커피음료점 사업자 수는 지난해 8월 3만6106명으로 20.1% 급증했다.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매장과는 상관없이 동일한 맛과 평균 이상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프랜차이즈 매장에 밀려 손님을 잃고 폐업하는 개인카페가 적지 않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니까 단골손님들이 그러더군요. 프랜차이즈 옆에 개인카페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사장이 ‘정신병자’인줄 알았다고요. 다들 제정신이냐는 반응이었죠. 그런데 지금요? 이 커피를 맛보려고 전국에서 찾아옵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커피볶는집 리베(Liebe)’의 김영범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과 그 결과 나온 ‘맛’을 꼽았다.

실수에서 찾아온 인생 2막 디딤돌…한국 커피문화는 다르다

김 대표는 한국인을 위한 커피 ‘코리아카노’를 개발하게 된다. 커피머신을 이용해 아메리카노를 제조하는 경우, 원두 8~10g으로 1온스(28.35ml)의 에스프레소(커피원액)를 뽑는게 일반적이다.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동일하다.

김포시 사우동에 위치한 ‘커피볶는집 리베(Liebe)’ 매장.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원래 1온스가 추출돼야 할 커피머신에 문제가 생겨 1.5온스가 추출되고 있었다. ‘아차’ 싶어 맛을 봤는데, 표준화된 1온스 아메리카노보다 오히려 1.5온스에서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혹시나 해서 2온스를 추출했더니 이번에는 커피 본연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처음에는 입맛이 이상한가 해서 안면이 있는 단골손님에게 시음을 부탁했더니, 10명중 9명이 2온스 아메리카노가 훨씬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머지 한명은 1.5온스를 택했다. 표준화된 1온스 아메리카노를 맛있다고 꼽은 사람은 없었다. 왜 그럴까?

커피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의 경우 커피의 용도가 주로 각성제 등과 같이 에너지를 얻기위한 것으로 순식간에 털어먹는 식이지만, 한국의 경우 주로 대화를 나누며 장시간 음용한다. 유럽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바뀌어 거북스러운 쓴맛과 탄맛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맛이 없어 남기고 가는 경우가 예삿일이다.

코리아카노는 일반 커피와 달리 고온이 아닌 저온에서 장시간 로스팅해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따라 하루가 지나도 풍미가 변하지 않으며,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낸다. 아메리카노가 미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됐듯, 코리아카노가 한국인의 입맛에는 최적화됐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11월9일~12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카페쇼’에 참석한 ‘커피볶는집 리베(Liebe)’(사진 위). 김영범 대표의 핸드드립 커피를 시음하고 있는 왼쪽 여성은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주의 딸인 레이첼 피터슨씨, 세계커피계에서 저명인사로 알려져 있다.<사진=김영범 대표>

이밖에도 국내 개인카페 최초로 2014년에는 리저브아메리카노, 2015년에는 게이샤아메리카노를 각각 출시하기도 했다. 게이샤아메리카노는 파나마 바루화산지역 해발 1650m이상 최적의 조건에서만 소량 재배돼 생두 가격만 1kg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세계 최고품종 ‘에스메랄다 프라이빗 컬렉션 게이샤’를 아메리카노로 만든 것이다.

무턱대고 창업해선 안돼…기본기 갖추고, 시장부터 파악해야

커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는 1인당 연간 500잔에 달한다. 하루에 한잔이상은 무조건 마시는 셈이다. 이처럼 수요는 많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큰 자본이나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너도나도 커피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김영범 대표는 “창업하고 실패하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며, 무턱대고 창업하지말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시장동향을 파악할 것을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창업하고 실패하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치열한 전쟁터가 될텐데, 카페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혹여 운영이 잘 돼도 3~6개월안에 반드시 인근에 유사업종이 새로 생깁니다. 새로 생기는 곳은 분명히 내 매장보다 시설·환경이 좋고 규모도 클수 밖에 없겠죠. 결국 맛이 ‘탄탄’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거죠.”

김 대표는 이와함께 시장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이나 소비자 입맛에 맞게 커피의 맛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이와 동시에 향후 시장을 보고 나아갈 방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것이냐 보다는 어떤 목적으로 왜, 어떻게 사업을 해나갈 것인지 스토리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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