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2시30분경, 요란한 휴대폰 알림음이 울리고 나서 1~2분 후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일어난 지진 여파가 서울까지 전해졌다. 옷장이 흔들릴 정도의 지진은 처음 겪어봤기에 순간 무엇을 해야할지 당황스러웠다.  

  

국토부는 작년 9월 경주 지진 이후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연면적 10만㎡이상 또는 6층이상 건축물에서 연면적 500㎡이상 또는 3층이상 건물로 내진설계 적용대상을 확대했다. 또 올해 2월 층수 기준을 2층 이상으로 확대했고, 이번 포항지진 이후 국토부는 다음달 1일부터 층수·연면적 상관없이 모든 주택에 대해 내진설계를 적용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주택 외 용도의 건축물 내진설계 연면적 기준도 500㎡에서 200㎡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처럼 강화된 기준을 기존 주택에 소급적용하지 못하기에 지진발생시 위험은 그대로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기준 전국 건축물 가운데 내진설계대상 건축물은 273만8172곳, 이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56만3316곳(20.6%)에 불과했다. 또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3933단지 중 1만2321단지(88.4%)가 지진에 약한 필로티 구조였다. 필로티 구조는 지상층에 접한 부분에 기둥과 내력벽 등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체 이외 외벽이나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한 구조다. 2002년 주택의 주차기준이 강화되면서, 지상1층을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주차장으로 개방한 건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즉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경주 지진 이후 기존 건축물 내진보강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조원철 명예교수는 17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경주 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며 “지진이라고 하는 건 예측이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가 준비하기 위해서는 땅속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일본이나 미국은 지속적으로 100년이상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드는 돈을 전부 낭비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단기대책만 세웠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안전불감증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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