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新남방정책 추진 등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세안의 ‘디지털 공동체’ 추진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ASEAN)은 다양한 기회와 시장잠재력이 있는 지역이다. 1967년 결성된 아세안은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5개국으로 시작해 현재 총 10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다. 지난 50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며 경제규모 세계 6위, 교역규모 세계 4위 등 유망 경제권역으로 부상했다.

특히 아세안은 2020년까지 ‘아세안 정보통신기술(ICT) 마스터플랜’을 통해 디지털화된 공동체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신성장동력으로 디지털산업 육성을 꼽고 있다. ICT 분야에서 입지가 탄탄한 국내기업이 아세안지역 진출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싱가포르=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MI 전망에 따르면, 싱가포르 IT시장은 지난해 기준 75억4000만달러에 달하며 2020년까지 연평균 약 5%씩 성장해 91억7000만 달러까지 커진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가 IT시장을 이끌고 특히 데이터분석 기술, 보안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전국을 잇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건설해 도시관리, 비상대응 등이 가능토록 하고 사이버 보안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따라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툴과 인적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데이터 마이닝 솔루션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또 사이버보안법이 강화되면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사이버보안책을 도입하고, 법률에 맞게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 솔루션 수요도 커진다. 

게다가 정부기관의 기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싱가포르 공무원 1만명을 대상으로 데이터과학(data science)에 대한 트레이닝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인력개발에도 나설 계획이어서, 관련 트레이닝과 컨설팅 사업기회가 생기고 인력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도입을 통한 생산성 개선을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중소기업에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어 활용하면 유용하다. 예컨대,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은 중소기업이 효율성 및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iSPRINT’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중소기업이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리(CRM) 등의 ICT 솔루션을 구매·도입하면 해당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같은 정부지원 정책을 파악해 제품 홍보시 활용하면, 구매자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말레이시아=말레이시아의 나집 총리는 올해를 ‘인터넷 경제의 해’로 선포하고, 디지털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통신, 재정, 보건 및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ICT 핵심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정책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말레이시아에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금우대 정책과 유연한 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또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뽑힌 기업에 ‘개척자 자격(Pioneer Status)’ 인증을 주고 5년간 법인세 30%를 깎아준다. 최첨단 기술기업으로 분류되면 5년간 법인세를 전혀 안내도 되는 파격적인 세제혜택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글로벌기업들이 말레이시아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레이시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70억달러로 2009년 14억달러에 비해 400%이상 늘었다. 조사대상국 153개국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이 말레이시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MSC 지위(MSC Status)를 얻는 것이 관건이다. MSC(멀티미디어 슈퍼 회랑, 말레이시아 정부 승인을 받은 종합 정보통신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외 기업 중에서 MSC 기업을 선정, 말레이시아 정부가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MCS 말레이시아 R&D 제도에 따라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ICT 멀티미디어 제품·솔루션·서비스 분야를 대상으로 하며, 51%의 자본을 말레이시아인이 소유한 MSC 지위 보유 회사에 제공된다.

따라서 말레이시아 ICT 시장진입을 위해서는 현지 ICT회사 혹은 유통회사와 파트너십 혹은 합작계약 형태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시장진출시 지적재산권 보호 및 계약상 의무 등의 법적 문제, 은행 업무 및 프로젝트 완료시 자금송금 등의 회계 문제, 이중과세 등의 세금 문제, 현지 직원 고용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 관련 프로젝트는 현지 파트너·유통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망한 분야는 디지털 미디어, 광대역 IT, 금융, 헬스케어 등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대국으로, 국민의 평균 연령이 28세인 젊은 나라다. UN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8.1%가 14세 미만, 16.9%가 15~24세다. 디지털경제에 익숙한 젊은 인구가 많아 ICT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IT분야 외자 규제를 완화하고 ICT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이동통신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글로벌기업이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는 현재 75%를 차지하는 2세대(2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2018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4세대 LTE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소득수준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도 인도네시아는 아직 개발도상국으로 작은 가격 변동 및 차이에도 민감하다. 한국산 제품은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커스터마이징과 기술이전 등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브로드밴드보다는 모바일 이용자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보다 모바일을 통해 웹 서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시장인 만큼 매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관련 법규도 미흡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진출·투자하는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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