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고용승계와 함께 A사가 설립되면서, B사의 노사간 단체협약도 A사에 승계됐다. 단체협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금속노조 사내하청분회는 A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A사 설립 이후에 사내하청분회와 조합원을 달리하는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졌고, 기업별노조 역시 A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A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따라 사업장내 과반수이상 조합원이 소속된 기업별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확정하고, 기업별노조와 2014년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사내하청분회가 노조법에 따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A사가 이를 무시하고 새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기업별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인정, 2014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2014년 7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2012년 11월 A사와 단체협약 체결에 앞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됐고, ▲또 노조법 시행령에 따라 2013년 단체협약 효력발생일로부터 2년간 교섭대표노조 권한을 금속노조만이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하자, A사가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10월31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서울고법 2016.3.23. 선고, 2015누57071)을 확정했다(대법원 2017.10.31. 선고, 2016두36956).    

◇헌재결정=복수노조 인정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한 노조법 제29조 제2항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의 노동조합을 허용하면서도, 그 교섭에 있어 창구단일화를 강제한 노조법 제29조 제2항이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느냐에 대한 논란이다. 

대법원은 “(교섭대표)노동조합 이외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 다른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만한 여지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 경우에는 이러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은 교섭창구 단일화 폐기를 촉구했다.<사진=뉴시스>

헌재는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며 노조법 제29조 제2항은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합헌결정을 내렸다(헌재2012.4.24. 선고, 2011헌마338 결정).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노조의 교섭력을 담보해 교섭 효율성을 높이고, 통일적인 근로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는게 헌재 판단이었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위헌청구된 조항에 따라 단체교섭권이 제한되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대표단에서 배제된 소수 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이후 설립된 신설노조’ 양자를 구분해, 이들 양자 각각이 받는 단체교섭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았다.

헌재는 양자 모두 ‘교섭대표노조에서 배제된 소수 노조’로 같이 해석했다. 이들 ‘소수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권 제한은 그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장치가 노조법에 마련된 만큼 법익균형을 유지한다고 보아 합헌으로 판단했다. 결정문을 통해 헌재가 법익균형으로 내세운 근거는 ▲교섭대표노조가 지위를 유지하는 기간에 한정된다는 점 ▲사용자의 개별교섭 응낙이 인정된다는 점 ▲교섭대표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는 점 등이다.

◇대법원 판결=대법원은 헌재와 달리 양자를 구분해, 노조법 제29조 제2항이 ‘교섭창구 단일화 이후 설립된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리했다. 

교섭대표노조가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교섭대표)노동조합 이외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 다른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만한 여지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 경우에는 이러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해질 뿐만 아니라 달리 그 고유한 의의를 찾기도 어렵게 된다”고 판시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대표단에서 배제된 소수 노조’와 달리 교섭대표노조 확정 이후 신설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선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던 만큼 교섭대표노조가 신설노조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해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복수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되고 그중에서 다시 모든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대표할 노동조합이 선정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정하여 설계된 체계”라고 전제하고, “(복수노조가 아닌 단일노조 사업장에서) 설령 노동조합법 및 그 시행령이 정한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쳤다고 하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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