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보조수단이 아닌, 스스로 생산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솔루션 판매구조로 바뀌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로봇과 로봇 또는 로봇과 주위 사물을 연결해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커넥티드 서비스, 작업자와 로봇의 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협업로봇 개발 등 선진형 로봇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김종형 교수는 21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개최한 ‘제26회 산기협 미래세미나:산업용 로봇’에서 ‘제조업용 로봇산업 동향 및 전망’ 발표를 통해 “로봇과 장비의 시장여건은 우리나라가 최상이다. 특히 로봇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작기계, 반도체, LCD, 자동차, 조선 등이 국내 주요 기계 관련제조업이어서 사업성장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기술 경쟁력 확보위해 앞다퉈 연구개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로봇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 제조업 자체가 공급과잉으로 신시장이 필요한데다, 로봇 제조산업은 첨단기술과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5년기준 세계로봇 시장규모는 179억달러에 이른다. 제조용이 62%(111억달러), 개인서비스가 12%(22억달러)로 추산된다. 성장률로 보면 전문서비스가 14%로 가장 높고 제조용 9%, 개인서비스 4% 순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따라 세계 각국은 로봇기술 경쟁력을 국가경쟁력 지표로 삼고 앞다퉈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첨단제조파트너십’의 일환으로 ‘국가로봇계획(NRI)’을 마련, 협동로봇 개발을 중점 지원한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중심이 돼 우주·국방, 의료·헬스케어 등 다양한 전후방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범정부 차원의 ‘로봇신전략’을 통해 로봇 보급과 확산·활용 확대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호·복지 분야 로봇 개발과 상용화을 지원한다. 중국도 ‘중국제조2025’을 통해 핵심 산업분야로 로봇을 선정하고, 10대 핵심로봇 및 핵심기업 육성에 나섰다. 유럽 또한 범국가적 로봇 연구프로그램으로 ‘SPARC’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2020년 5대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한국, 로봇 출하량 기준 세계 2위 규모 시장=한국도 세계 수준의 제조·생산기반을 바탕으로 로봇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통해 로봇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개발(R&D)에만 총 8000여억원을 투자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힘입어 시장규모가 2014년기준 2조9000억원에 이르고, 2015년에는 로봇 출하량기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 로봇시장으로 부상했다. 총 3만8285대로 2014년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최근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1%에 달한다. 게다가 세계 최고 로봇밀도국으로 근로자 1만명당 531대 로봇이 활용된다. 자동차와 LCD, 메모리칩 등 세계수준의 전자산업이 로봇산업 발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내 산업용로봇은 대부분이 포장, 픽업·장착 등 단순히 제품가격을 낮추는데 활용된다. 반면 해외 산업용로봇은 단순 가격절감뿐만 아니라 수요, 생산성 등을 미리 예측해 최대 이윤을 남기는데 사용되고 있다. 

또 8000여억원 투자는 해외 선진국 투자규모와 비교할 때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타분야에 비해 국내시장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선진국 역시 대규모 투자와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게다가 전체 기업의 약 93%가 중소기업으로 글로벌 경쟁체제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협업로봇 솔루션·시스템 판매 비지니스모델 전환=따라서 산업구조를 선진화해, 로봇부품뿐만 아니라 협업로봇 솔루션과 시스템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꾸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제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체제가 다품종 소량 명품 생산으로 바뀜에 따라 단순 부분품보다 각종 솔루션과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하에서는 대기업보다 변화 적응속도가 빠른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산업 비즈니스모델 전환이 시급하다. 김 교수 분석에 따르면, 단순 부분품 시장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지만, 솔루션 시스템 판매 시장규모는 10배에 달하는 10조원 규모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로봇이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로봇산업 투자를 확대함과 동시에 그동안의 성과가 사업적으로 확대·재생산 될 수 있도록 사업성을 검증하고 지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