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이 지금보다는 쉽게 도산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달 말부터 중소벤처기업부와 연계해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인 ‘S-Track’ 제도를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소멸되는 법인만 약 4만개다. 반면 법인회생이나 법인파산절차 등 도산제도를 이용하는 법인은 한해 평균 1300개, 소멸법인의 0.03%에 불과하다. 법인소멸에 앞서 법인회생이나 법인파산절차을 통해 재기가 가능한 법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산제도 이용률이 현저하게 낮다고 볼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뉴스타트상담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인 ‘S-Track’ 제도를 시작한 직접적인 이유다. 

도산제도 이용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 대다수는 애초 도산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회생이나 파산 요건이 엄격하고 절차 또한 복잡하다고 얘기한다. 이외 도산기업이란 낙인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회생과정에서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도 도산제도 이용을 꺼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부채 150억원이하 기업은 S-Track 활용 가능=이를 보완해 서울지방법원은 S-track을 회생계획 신청전→신청→회생절차진행→복귀지원 등 진행순서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맞춤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회생계획 ‘신청전’ 단계에선 S-track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고, 회생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정부지원이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상담해준다. 상담과정에는 뉴스타트상담센터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진흥공단, 공인회계사협회 등 중소기업 관련단체가 참여한다. 다양한 지원제도를 회생절차와 연계해 효율적인 재기지원을 돕는 것이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본 지원대상은 부채 150억원이하의 기업이고 ▲벤처기업 ▲경영자 개인의 회생절차 진행이 필요한 기업 ▲패밀리기업 ▲도산절차에 대해 정보가 취약한 기업도 특별대상으로 지원한다.

회생절차 ‘신청’ 단계에서는 신청대리인단을 통해 회생절차 전반을 지원한다. 신청대리인단은 변호사협회 등 외부단체를 통해 구성하고, 수임요율을 공개하고 상한선을 설정해 회생법원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했다. 다만 신청대리인단은 부채총액 30억원이하 간이회생사건만 지원한다.

협상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7월 도산전문 변호사를 비롯한 10명의 위원을 교섭지원조정위원으로 위촉했다. 교섭지원조정위원은 이해관계자들의 협상과 실질적 재기가 가능한 회생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 기존 기업구조조정 책임자(CRO)의 역할이 자금수지 점검과 허가사항에 대한 사전검토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에 따라 CRO 인재풀을 점검해 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필요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전에 M&A가 성사되면 다행이지만, 피인수기업 대표가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M&A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에따라 S-Track은 입찰안내서나 양해각서, 투자계약서 등에 특별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기재함으로써 피인수기업 대표의 M&A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와함께 자금운용사(PE)와 협업을 통해 자금조달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준비했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은 회생기업에 신규로 대출할 때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지만,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PE의 회생기업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플랫폼인 ‘K-OTC’와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포털시스템 ‘온비드’와 연계해, 회생기업 자금조달 경로를 다양화했다. 이외에도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전 구조개선 전용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금지원이 빨라졌다. 

◇지분보유 조항, 경영권 유지…회생 노력 동기부여=회생기업의 성공적인 재건은 그 기업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가진 기존 경영자의 의지와 능력에 좌우된다. 하지만 회생과정에서 기존 경영자가 채권변제를 해도 경영권이 채권자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기존 경영자의 회생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따라 ‘S-Track’은 지분보유 조항을 도입해 회생절차 인가후 일정 기간 안에 초과수익을 내면, 채권자에게 추가 변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존 경영자가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22일 열린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 S-Track 심포지엄’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연대보증과 과점주주에 대한 2차 납세의무에 대한 개선없이 회생절차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어 “중소기업 대표는 소유주식 합계 또는 출자액 합계가 전체 발행주식 또는 출자총액의 50%를 초과하는 ‘과점주주’인 경우가 많은데, 국세 및 지방세기본법은 납세의무자가 세금체납액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경우, 과점주주 등에게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지게하고 있다”며 “이런 2차 납세의무는 연대보증과 사실상 동일한 제도다. 또 법인의 경제적 부담을 사업자에게 부과함으로써 재기를 가로막고 있다. 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없거나 창업 등 업력이 오래되지 않은 경우 등 일정 예외조건에 대해서는 2차 납세의무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밖에도 “우리나라 중소기업 90% 이상은 융자와 함께 연대보증을 통해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 그렇기에 대부분 중소기업 대표자들은 연대보증에 걸려있으며, 기업과 개인이 연결된 상황에서는 기업회생 절차 신청이 불가능하다”며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은 회사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황에서, 손써볼 도리가 없는 상황까지 가야 회생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다. 민법상 ‘부종성 원칙’을 회생계획 인가 절차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종성 원칙’이란 주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시 연대보증 채무도 함께 감면하는 법리로, 이를 법인의 연대보증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시에도 적용하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