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등 글로벌 무역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지식재산권의 역할이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제품의 권리를 보호하고 개도국 등에서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상실한 사양산업을 보호해 고용수준을 유지하는 등 정치경제적 정책 집행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대미무역흑자가 가장 큰 중국을 상대로 지재권 침해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이전과 지재권 관련 법 등으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고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실제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짐에 따라 자국 산업을 부흥시키고 내수를 활성화 시키려는 목적이 깔려있다.

따라서 현지 진출기업이 지재권 보호 역량을 키울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태호 교수는 22일 무역위원회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2017년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제도 심포지엄:신보호무역주의와 지식재산권 대응 전략’에서 “지재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은 상표·특허 등 지재권을 확보해 행사하는 등 노력하는데, 정부차원에서 기업이 제대로 된 지재권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끔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디지털 중심의 무역 확대도 지재권 보호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해외 직구 거래 등이 증가하면서, 인터넷상의 지재권 침해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이밖에도 기술적 기반이 미약한 개도국이 국내 산업보호와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사정에 맞는 지재권 보호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환경이나 식품의 원산지 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국가들은 해당 이슈를 반영해 지재권 확보와 권리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문화콘텐츠나 소프트 웨어 등 IT분야의 수출이 활발한데, 해당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지재권의 중요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지재권 보호와 대비책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우선,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교역대상국을 다각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1, 2위 교역대상국으로, 양국간 무역마찰이 심화되는 경우 한국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이 중국과 주력 수출품목이 비슷한데다, 중국 부품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조사 등의 조치를 우리나라에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신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통상분쟁이 발생했을 때 교역대상국을 다각화해 중국 의존도를 줄인 바 있다. 물론 이 경우 국내기업의 지재권 확보와 행사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지재권 보호 강화를 위한 시스템 등 역량을 강화해 교역상대국에 지재권 보호조치를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상표권 보호는 높은 수준이지만 영업비밀 보호 측면은 낮은 수준으로,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막을 수 있는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 지재권 침해 손해배상액이나 형사처벌 수준이 낮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해당 처벌기준을 상향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정 교수는 ▲우리나라 농수산물 및 식품 등 해외에서의 지리적 표시권 침해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 ▲온라인쇼핑몰 등에 대한 시정권고 조치제도 도입 고려 ▲지재권 분쟁의 일회적이고 신속한 해결을 위한 전문법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최근 중국의 우리나라 저작물 베끼기가 노골화되고 있고, 상표브로커도 대거 출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교역상대국에 설치돼 있는 IP-DESK 등 국내 지재권 지원기관을 적극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이해평 원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자국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며 “첨단 기술, 정보화 시대에서 지식재산이 우리 기업을 성장케 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만큼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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