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패션의 대표 트렌드는 단연 ‘롱패딩’이다. 이른 추위에 눈까지 내린 11월말, 거리에서 롱패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겨울마다 고가의 의류에 한숨져야 했던 학부모들은, 또 다른 ‘등골브레이커’ 등장에 눈앞이 깜깜하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가성비 갑’이라는 평창 롱패딩은 눈이 번쩍 뜨이는 아이템이었다.

14만9000원, 거위솜털 80%와 깃털 20%로 제작된 구스다운 롱패딩이다. 비슷한 사양의 다른 브랜드 제품이 30만원에서 50만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해 ‘어머, 이건 꼭 사야해!’를 외칠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평창 롱패딩은 2018 평창올림픽 공식상품이며, 롯데백화점과 토종 의류브랜드 신성통상의 기획상품으로 3만벌 한정으로 판매된다. 지난달 말부터 평창올림픽 공식온라인 스토어와 롯데쇼핑몰 등에서 판매가 시작된 평창 롱패딩은 입고 때마다 품절대란을 불렀다. 재입고가 예고된 22일과 24일 롯데백화점 각 지점에는 전날부터 구매를 위해 밤새워 대기하는 이들로 북적이고,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서는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평창 롱패딩 많이 생산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팽창 롱패딩의 인기비결에는 동계올림픽을 상징하는 한정판 아이템이라는 점과 고품질대비 저렴한 가격, 올겨울 유행 트렌드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패션업계 거품가격 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정직한 상품에 대한 환호가 가장 큰 인기요인으로 지목된다.

평창 롱패딩을 생산한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평창롱패딩의 흥행 요인을 ‘비정상가의 정상가화’로 표현했다. 패션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거위털의 품질과 사용기법 면에서 차이가 있으며, 일반 브랜드 상품에는 백화점 수수료가 30%이상 포함된다는 등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동요하고 있다. 이번 평창 롱패딩 대란이 패션계의 가격거품을 뺄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고 있다. 14만원대에도 충분히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는 신뢰도 생겼다. 신성통상 염 회장은 “생산공정을 간소화하고 회사이익을 줄이면 얼마든지 가능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를 내세운 대기업이 욕심을 빼면 된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올 겨울 평창 롱패딩의 추가생산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염 회장은 내년 겨울 더 세련된 디자인과 좋은 품질로, 더 저렴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패션업계도 자성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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