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저하원인으로 제조업 중심의 ‘동아시아 모델’ 한계를 꼽는다. 동아시아 모델은 공동체적 집단가치를 바탕으로 정부가 적극 개입해 산업과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에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었고, 고도성장이 가능했지만 성장이 완료된 이후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란 것이다. 고도성장이 완료된 지금, ‘지식기반 혁신경제’로 옮겨 간다는 게 김 소장의 분석이다. 

하드웨어·설비투자 중심에서 지식산업으로 전환해야

김 소장이 주목하는 성장동력은 지식콘텐츠 같은 서비스산업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제조업 부가가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2015년 이후 갑자기 제조업 부가가치율이 반등한데서 힌트를 얻었다. 2010년 이후 제조업의 기술개발(R&D) 투자와 고용확대 등 질적 성장을 거치며 부가가치가 높아진 사실에 주목했다. 혁신경제로 변화하면서 단순 제조업이 아닌 인력투자 등 질적 성장을 거치면서 부가가치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질적 성장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산업구조를 하드웨어, 설비투자 중심에서 사람의 지식, 콘텐츠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김 소장의 주장이다.

실제 제조업 성장률과 서비스업 성장률 격차는 꾸준히 줄고 있다. 1980~90년 2.5%p였던 성장률 차이는 2010~16년 0.4%p까지 줄었다.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서비스수출이 상품수출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2005~10년 상품수출 증가율은 10.2%였지만 서비스수출 증가율은 10.4%를 기록했고, 2010~16년에는 각각 1.7%와 1.8%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개도국의 산업화, 도시화로 지식콘텐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서비스산업 시장을 키웠다. 또 산업화로 부유한 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자국에서 충족할 수 없는 고급 의료, 교육, 관광 등 소비가 늘어났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의 IT서비스, 지식재산권, 문화레저 분야에서의 수출증가율이 눈에 띈다. 최근 5년간(2010~16년) 서비스 종목별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한류에 지식콘텐츠를 결합한 개인문화 여가부분이 26.5%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 뒤는 통신컴퓨터정보(17.9%), 건설(16.6%), 지식재산권(15.1%) 순이다. 과거 서비스수출을 주도했던 운송, 해운 등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식콘텐츠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지식기반서비스 부문 경쟁력이 낮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서비스업종 비중이 과다한 반면 고부가가치 핵심으로 꼽히는 디자인, 컨설팅과 같은 전문직이나 연구개발업 의료·복지 등 사회서비스 비중이 낮다.

이에 김 소장은 지식콘텐츠산업 혁신역량을 높이자고 했다. 이를 위해 신산업 창출을 저해하는 진입규제 장벽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각국별 시장정보나 법적규제, 정책환경 등 정보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식콘텐츠 서비스산업은 해외시장 소비자들이 직접소비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진출시장 소비자에 대한 정보나 시장파악 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별 기업이 현지 시장정보를 얻고 분석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중복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무역협회나 코트라 등 유관기관이 진출시장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기업이 비즈니스할 때 이를 활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김 소장은 “정부가 최근 스타트업에 대한 30조원의 대대적 양적 투자를 발표했지만, 사회구조와 가치관을 바꾸는 질적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며 “스타트업은 지표면 위에 올라서있는 나무고 열매고, 지표면 아래 뿌리는 교육시스템, 창의성, 신뢰 등이다. 뿌리에 비료를 뿌려야지 열매에 비료를 뿌려봐야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