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후속조치로서 다주택자에게 신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26일 발표했다. 정부는 10·24 대책과 이번 후속조치를 통해 신혼부부, 청년 등 근로소득자의 대출한도는 늘리고, 다주택자의 대출한도를 최대 절반이상 줄임으로써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10·24 대책 및 후속조치에 대해 일부 언론의 평가에는 인색함을 넘어 적대감마저 보인다. ‘임대업 대출도 조여…4억 대출로 3억 집 두 채 사 임대 주는 시절은 끝’, ‘노후대책 어쩌나…상가수익률 감소에 대출규제까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기사 내용과 주장만으로 보자면, 이들 언론이 꿈꾸는 세상은 ‘노후대책으로 빚을 내 임대사업’하는 나라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4억 대출 가능 2주택자, 내년엔 1억 줄어’, ‘대출 조이고 금리도 오르면 부동산 거래절벽’이다. 풀어쓰면, 다주택자 대출한도를 풀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 국민 각자에게 임대사업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보장하란다. 누군가 임대사업자가 되면, 반대쪽 누군가는 임차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는 애당초 관심조차 없다.

여신심사 강화 등 금융위의 이번 발표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최우선 전제는 빚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들 언론을 포함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극우집단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핑계는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방패삼아,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경영난을 가속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재정’으로 최저임금을 보전하자고 제안하자, 이 또한 ‘전례’을 거론하며 반대한다. ‘전례’가 없지도 않지만, 대기업엔 온갖 ‘명분’으로 수십조원 이상을 쏟아부어도 괜찮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조원 지원하는데 ‘명분’을 가져오란다.    

여신심사 강화 등 금융위의 이번 발표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최우선 전제는 빚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다. 그럼에도 10·24 대책을 포함 이번 후속조치는 좋게 평가해도 부채규모 증가를 억제하는데 맞춰져 있다. 대출을 억제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부채규모가 감소하더라도, 최근 증가세를 멈추지 않는 가계부채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최저임금 현실화, 근로장려세제 강화, 아동수당 및 노인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기업에 쏠린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은 이미 나와 있다. 대기업 독과점적 시장을 영세중소기업·소상공인 친화적 시장으로 바꿀 수 있는 ‘공정경쟁’ 정책 역시, 이미 마련돼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만 지킨다면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소상공인은 더 이상 빚을 내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 노후보장을 위해 부동산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류의 억지논리가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불로소득이 아닌 노동과 생산을 통한 부가가치만이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 시장생태계를 만드는 것 또한 정부의 책무다.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하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을 보다 다듬고 구체화함으로써 빠른 시간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당부한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우리가 ‘소득주도 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관련기사 ㅣ 기업소득, 가계이전 못하면 저성장 탈출 어렵다
• 관련기사 ㅣ 대출죄고 금리만 올리는 가계부채 대책…‘가혹’
• 관련기사 ㅣ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복지국가’ 성공요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