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근무하면서 입을 수 있는 기성복 100벌을 중소기업이 구입했다면, 수·위탁거래가 아니다. 하지만 100벌을 구입하면서 기성품에 회사로고를 새겨달라고 요청했다면? 이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따라 수·위탁거래에 해당한다. 주문한 중소기업은 위탁기업으로서 약정서 발급 등의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수·위탁거래는 흔히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로만 알기 쉽지만, 상생법에 따르면 이처럼 수·위탁거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수·위탁거래란 제조·공사·가공·수리·판매·용역을 업으로 하는 기업이 물품·부품·반제품과 원료 등의 제조·공사·가공·수리·용역 또는 기술개발을 다른 중소기업에 위탁하고, 위탁받은 중소기업은 그 결과물을 납품하며 대가를 받는 거래관계를 말한다. 수·위탁거래에서 위탁기업이 제조 등의 시설이 없더라도 품직·규격·성능 등을 지정해 위탁했다면, 이는 위탁기업이 책임을 지고 있는 경우로 봐 수·위탁거래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위탁기업 지정사항이 있다면 수·위탁거래…하도급 거래와 다르다

법무법인 강남의 임신혁 변호사는 28일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열린 ‘수·위탁거래 정기 실태조사’ 설명회에서 “법에 정의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거래가 수·위탁거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완제품·중간제 제조 등을 위탁한 경우는 물론 ▲제조에 필요한 금형, 사형, 목형 등의 제조 ▲가공, 도장, 도금, 주단조, 조립 등 제조과정의 일부 ▲물품수리에 필요한 부품의 제작·용접 ▲제품 판매에 부속되는 포장용기, 라벨, 사용안내서 ▲위탁기업이 규격, 성능 등을 지정한 도면, 시방서 및 사양서 등에 의해 건설에 소요되는 방음벽, 갑문, 가드레일, 엘리베이터 등 시설물이나 주방가구, 신발장, 거실장, 창문 등의 부속시설물을 위탁한 경우도 수·위탁거래에 해당한다.

또 ▲유통을 위해 운수사업자에 운송을 위탁한 경우 ▲통근버스, 청소, 경비, 감리 위탁 ▲제조업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에게 사내 관리시스템 개발을 위탁한 경우도 수·위탁거래다.

이처럼 기업간 대부분의 거래가 수·위탁거래인 듯 보이지만,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 제품납품을 요청하면서 지정한 내용이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기존 제품의 단순구매는 수·위탁거래가 아니다. 예를들어 A4용지나 프린터 토너 등의 사무용품 등을 아무런 지정사항 없이 단순구매 했다면, 이는 수·위탁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무복을 구입할 때, 기성품의 단순구매는 수·위탁거래에 해당하지 않지만 기성품에 회사로고를 인쇄해 납품하게 한다면 수·위탁거래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밀가루나 철, 원유, 시멘트 등 원재료를 가공과정 없이 구입하거나 대리점 등을 통해 규격 등이 정해진 일반제품을 구입한 경우와 ▲1회성 단순 택배처럼 계약 등에 의한 운송이 아닌 경우, ▲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납품받은 물품을 판매하고, 판매대금 중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취득하는 거래도 수·위탁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 변호사는 “수·위탁거래 적용대상에는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 또 중소기업간 거래 모두가 포함되는데, 이는 하도급 거래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도급거래는 중소기업간 거래라 하더라도 원사업자 매출액이 수급사업자보다 높아야 한다. 업종에 따라 제조·수리위탁 매출액 20억원 미만, 건설위탁 시공능력 평가액 30억원 미만, 용역위탁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은 원사업자에서 제외된다.

또 거래관계에 있어 수·위탁거래는, 그 거래가 업에 따른 수·위탁이 아니어도 해당이 된다. 예를들어 제조업체가 용역을 위탁해도 수·위탁거래로 인정한다. 반면 하도급거래는 ▲제조와 제조 ▲판매와 제조 ▲수리와 제조 ▲수리와 수리 ▲건설과 제조 ▲건설과 건설 ▲용역과 용역의 7가지 하도급거래만 규정하고 있으며, 기업의 업태와 일치해야 한다.

“약정서 미발급 분쟁 많다”…납품대금 지급기일 등 준수사항

이러한 수·위탁거래를 할 때, 위탁기업은 약정서 발급과 납품대금 지급 등 법으로 명시된 사항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선 위탁기업은 위탁시 지체없이 위탁의 내용, 납품대금의 금액, 대금 지급방법·기일, 검사방법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약정서를 수탁기업에 발급해야 한다. 또 위탁기업은 수탁기업으로부터 위탁한 물품 등을 받으면, 검사여부에 관계없이 즉시 물품수령증도 발급해야 한다.

특히 임 변호사는 “위탁기업의 약정서 미발급으로 인한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며 “납품이 빈번히 이뤄지는 가운데 단가변동이 있다면, 그때마다 약정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납품대금을 지급할 때,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 지급하는 기일은 검사여부에 관계없이 물품 등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의 최단기간으로 정해야 한다. 만약 지급기일을 약정하지 않았을 경우, 물품 등의 수령일을 대금 지급기일로 본다. 또 60일을 초과한 기간을 지급기일로 정했을 때에는 수령일로부터 60일이 되는 날을 대금 지급기일로 보며, 이때 납품대금의 연 40%이내의 범위에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어음으로 지급하거나 어음대체 결제방식으로 지급할 때도 위탁기업은 연 40% 이내 범위에서 할인료를 수탁기업에 지급해야 한다.

또 상생법에는 위탁한 내용을 검사할 때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검사기준을 정해 신속하게 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불합격일 경우 그 사유를 즉시 문서로 통보하도록 했다.

이밖에 상생법은 ▲수탁기업의 책임 사유가 없음에도 물품 등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납품대금을 깎는 행위 ▲납품대금을 지급기일까지 지급하지 않는 행위 ▲납품대금을 통상적인 대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정하는 행위 ▲추가금액 발생 시 납품대금을 증액하지 않고 지급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위탁기업이 지정한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없이 발주물량을 통상적 물량보다 현저히 감소시키거나 중단하는 행위 ▲납품대금 대신 위탁기업 제품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행위 등을 위탁기업이 해서는 안될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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