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발생 당시, 포항지역 학교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15일 포항의 대형마트에서 정규직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반면 협력업체 파견직원들만 남아서 떨어지거나 깨진 유리병 등을 청소했다. 일부 학교 또한 비정규직 교무행정원만이 남아 대피상황을 알리는 등 비상연락 지시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남아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행여나 돌아올 불이익이 걱정돼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건물이 무너지기라도 했다면 아찔했던 상황이다.

정규직을 남기면 잔업수당을 챙겨줘야 하니, 인건비가 낮은 협력업체나 비정규직에게 뒷정리를 시켰다는 해석이 잇따른다. 원청이 사업 일부를 도급준 경우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해당 법 조항은 유명무실하다는게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서비스업이나 학교현장은 산업안전관리가 느슨해 사각지대나 다름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재난정보 시스템도 원청, 정규직 중심이다. 불법파견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한 기업이 비상연락망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제외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경주지진이 발생한 9월13일 새벽, 김천역 주변에서 야간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열차를 피하지 못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지진으로 인한 열차의 연착은 그렇다고 해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사전에 위험을 고지하지 않은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다르지 않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과 함께 안전 등 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처우 개선 또한 시급하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타인의 생명을 경시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