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10개중 1개 이상(12%)은 계약서도 없이 원사업자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으며, 10개중 1개 (9.8%)의 하도급업체는 단가인하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2017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9만5000개 하도급업체 대상)’ 결과에 따르면, 하도급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한 하도급업체 비율은 전년 11.8%에서 올해 12.0%로 0.2%p 늘었다. 계약서가 없으면 ‘갑’과 법적분쟁시 권리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을’의 손해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따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하도급업자 보호를 위해 사업범위, 보수, 결제시기 등 거래조건을 명시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원사업자에게 작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도급법상 권고에도 불구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한 하도급업체 비율은 71.8% 수준이다. 공정위는 전년도 조사결과(54.1%)대비 17.7%p 큰 폭으로 상승한 사실에 주목, “계약단계에서의 거래관행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6일 발표한 ‘2017 중소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중소제조업체 500개사 대상)’ 결과는 공정위 평가와 사뭇 다르다. 중기중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하도급업체 58.2%, 10개중 6개업체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거래관행 개선’의 근거로 제시한 ‘전년대비 17.7%p 큰 폭 상승’은 허구일 개연성이 있다는 말이다.

사진은 지난해말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에서 열린 하도급 공정거래 실무역량 강화교육<사진=전경련/뉴시스>

공정위 실태조사는 “원재료 가격상승에 따른 하도급업체의 대금인상 요청에 대해 그 요구를 수용해 일부라도 대금을 인상해 준 원사업자 비율은 99.3%로 전년 99.4%와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도급사의 단가인상 요구를 대부분의 원사업자가 ‘일부라도’ 수용했다는 조사결과다.

그러나 중기중앙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도급업체 10개중 5개사(49.8%)는 제조원가가 올랐음에도, 납품단가를 인상한 업체는 2개사(17.8%)에 불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납품단가 인상 요인이 있는 하도급업체에 원사업자 대부분이 단가를 인상해줬지만,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절반도 되지 않는 하도급사만이 납품단가를 인상했다. 공정위와 중기중앙회중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현실을 보다 잘 설명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 유형인 부당한 단가인하 관행도 여전해, 하도급업체 10개중 1개업체는 단가인하를 경험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단가인하를 경험한 하도급업체는 지난해 8.3%에서 올해 9.8%로 1.5%p 증가했다.

단가인하 추세를 공정위는 ‘소폭 증가’로 의미를 축소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부분의 하도급업체(81.1%)는 단가인하 과정에서 자신들과 원사업자간에 합의가 있었다고 응답했다”며 사실상 원사업자를 변호하기도 했다. ‘갑을관계’에서는 ‘강요’가 있었음에도, ‘합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을’의 처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공정위 발언이라 하기엔 왠지 어색하다.

이번 조사에서 공정위는 지난 9월 발표한 ‘기술유용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청받은 적이 있는지, 그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하도급업체가 제공한 기술자료가 제3자에게 공개됐는지 여부도 점검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하도급업체의 1.6%가 원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고, 이 중 90.8%는 기술자료 제공 요청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뒤집어 말하면 기술자료를 요청한 원사업자 10개중 1개사는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특히 하도급업체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원사업자가 제3자에게 공개했다고 응답한 하도급업체 비율도 9.2%에 이른다. 하도급업체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은 원사업자 10개중 1개 사업자가 제3자에게 기술을 유출하고 있어 하도급업체 기술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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