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시행예정인 종교인 소득 과세안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정안은 당장 폐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한다. 종교인 과세라는 껍데기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종교인 면세를 법으로 보장하고, 종교단체를 국가 조세권 영역에서 분리해 ‘성역화’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활동을 목적으로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수행지원비(불교), 목회활동비(개신교), 성무활동비(가톨릭) 등의 종교활동비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종교활동비 범위도 종교단체가 결정하도록 했다. 종교활동비를 포함 지금껏 종교인이 받았던 ‘월급’ 또는 ‘보수’, 명칭과 무관하게 모든 금품을 종교단체가 종교활동비로 결정하면 국가는 세금 자체를 부과할 수 없다.

개정안은 또 종교인이 소득세를 납부할 때 세목을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강연료, 원고료 등 부정기적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20%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세금이 낮다. 

종교인이 기타소득을 선택할 경우, 4인가구(20세 이하 자녀 2명) 기준 연소득 5000만원 종교인의 원천징수액은 월 5만730원(지방소득세 미포함)이다. 반면 같은조건 일반근로자의 원천징수액은 월 9만510원으로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연소득이 4000만원으로 내려가면 격차가 더 벌어져, 종교인은 1220원에 불과하지만 일반근로자는 그보다 22배 많은 2만6740원이다. 

이와함께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대형교회를 포함 일부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사제에게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했고, 개신교 목회자중 일부도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기타소득세를 내는 종교인과 비교해 ‘내지 말아야 할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꼴이 된다. 법적근거도 없이 수십년 이상 납세의무를 외면했던 특정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성실납세했던 종교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정의와 공정을 지향하는 촛불정부가 할 짓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종교인 과세라는 껍데기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종교인 면세를 법으로 보장하고, 종교단체를 국가 조세권 영역에서 분리해 ‘성역화’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당장 폐기해야 옳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개정안 내용중 가장 심각한 대목은 국가 스스로 조세권을 포기함으로써 종교단체를 더 이상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종교단체회계와 종교인회계를 분리하고,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는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정부의 세무조사권이 종교인 개인에게만 미치고, 종교단체는 성역으로 남겨두겠다는 말이다. 

정부가 보유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며, 그 권력은 공평무사하게 행사돼야 하고 남용돼서도 안된다. 국민 누구도 종교단체를 치외법권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지 않았다. 공익법인이란 이유로 상속증여세를 면제받고, 온갖 부대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도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겠다는 뻔뻔스러움은 단죄해야 할 적폐중 하나다.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적폐를 법이란 이름으로 보호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헌법 제38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가진다. 모든 종교단체에 소속된 종교인은 성직자이기 이전에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국민으로서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사회통념에 비춰 각자에게 부과된 의무를 수행하고, 그에 상응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유지되기 때문이다.

너무 잘 알려져 특별히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 마디만 더 보탠다. 대형교회 일부 목사들의 엽기적인 행각, 갈수록 화려해져 맘편히 들어서지 못하는 성전을 보면서 종교의 의미, 신앙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앙인을 포함 교회 주변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데, 교회건물만 하늘로 치솟는 현실을 보면서 교회를 걱정한다. 우리 기억엔 교회가 나서 고단한 이웃을 돌보면서 속세를 걱정하고 배려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거꾸로 돼 교회를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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