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밀어내기’ 불공정행위 재논란 ①]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한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한 막말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드러난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남양유업은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공정위는 증거부족으로 패소했다. 그러나 당시 밀어내기 정황을 알수 있는 로그파일을 찾아 복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양유업 등의 유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을 운영하는 장성환 대표는 남양유업 밀어내기 증거자료를 복원했다며, 지난달 17일 공정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남양유업을 신고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를 근거로 장 대표는 지난달 17일 공정위에 남양유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신고했다.

◇“‘물량밀어내기’로 입은 손해가 집계된 것만 11억”=장성환 대표는 2003년 처음 남양유업 대리점을 시작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장 대표는 “젊었고, 두려울게 없었다”고 말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않고 일했지만, 현재 남은건 10억원의 빚과 피폐해진 인간관계라고 토로했다.

장 대표는 예전에는 2~3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며, 한 때 월매출 4억원을 기록할 만큼 탁월한 영업력을 보였다. 그러나 늘어나는 매출액 두배만큼 빚도 늘었다고 한다. 장 대표는 “당시 남양유업을 믿었고, 물건 파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남양유업의 ‘물량밀어내기’로 본 손해가 집계된 것만 11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남양유업을 공정위에 신고한 이유를 들어보면, 남양유업의 물량밀어내기로 손해가 막대하고 그로인해 남양유업에 상품 외상매입금을 변제하지 못했음에도 남양유업이 상품공급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또 장 대표에게 보증을 선 보증인, 연대보증인이 제공한 담보물을 압류하는 등 남양유업이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것도 이유다.

장 대표에 따르면 부당한 밀어내기, 대형마트 파견직원 인건비를 대리점에 떠넘기기, 장부조작 등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남양유업 본사에 매월 물건대금을 입금했다. 금융권, 대부업, 친인척에게 자금을 융통해 물건대금을 입금했기에 장 대표와 그의 부인, 장 대표 형제들은 모두 신용불량자가 됐다. 처제와 고모 등 친인척에게 빌렸지만 갚지 못한 돈만 10억원에 이른다.

<자료=장성환 대표/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증거부족’ 공정위 패소=2013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행태가 알려지면서, 당시 공정위는 부당한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남양유업에 과징금 123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대상 대리점은 1849개 전체 대리점이었다. 수요예측 실패와 과다생산으로 발생한 재고위험을 남양유업이 중간 유통상 대리점에 그대로 전가한 셈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남양유업은 2014년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증거부족을 이유로 공정위가 패소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를 입증하기 위해선 제품 발주량과 실제 입고량이 다르다는 증거자료가 필요했지만, 당시 공정위는 이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못했다.

◇“남양유업이 증거 인멸했다” vs 검찰 “고의성 없어”=장 대표는 이와관련 대리점들이 사용하는 전산발주시스템 팜스21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밀어내기를 입증해줄 로그기록 데이터를 남양유업이 고의로 삭제해 증거를 없앴다고 주장했다. 로그기록에는 대리점이 남양유업에 물품을 주문한 일시, 수량 등이 담겨있다.

장 대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4년 7월경 팜스21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전국 대리점에 배포해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하도록 했다. 대리점주가 해당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 대리점주 개인컴퓨터에 보관돼 있던 주문내역(로그기록)을 삭제되도록 했다는 것이 장 대표 주장이다.

남양유업의 증거인멸 의혹은 검찰로 넘어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증거인멸에 고의성이 없었고, 정상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면 로그파일이 삭제되지 않는다는 남양유업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리했다.

검찰조사 결과 남양유업의 증거인멸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더라도, 로그파일에 담긴 내용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남양유업이 부당한 방식으로 밀어내기를 해 대리점들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이다.

남양유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진행한 과징금 취하 소송 내용.   ©중기이코노미

장대표가 복구한 로그파일에 따르면 2009년 7월부터 12월까지 장 대표가 주문한 제품금액은 3억9173만원이다. 하지만 본사가 대리점에 실제 보낸 제품은 4억8671만원으로, 6개월간 9500여만원 차이가 난다. 2010년에도 2억9284만원에 해당하는 제품이 장 대표가 주문한 물량보다 더 들어왔다. 2011년 1억545만원, 2012년엔 6억4549만원 상당의 제품이 더 들어왔다.

2009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6개월간 남양유업이 장 대표의 신중량대리점에 밀어내기를 한 비율은 26.26%다. 입고된 10개 제품중 3개가 장 대표 발주량과 달리 추가로 들어온 셈이다.

◇“공정위 제 역할 했다면, 남양유업 소송 달라졌을 것”=이에대해 김대형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사무국장은 “당시 남양유업은 공정위를 대상으로 과징금 취하 소송을 벌이는 중이었고,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로그파일을 확보하기 위해 남양유업 대리점에 서면으로 문서를 보냈다”며 “하지만 이미 로그파일은 다 사라진 뒤였고, 있다 해도 남양유업의 보복이 두려워 대리점주들은 공식적으로 회신할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국장은 “2015년 공정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팜스21프로그램 업데이트 과정에서 로그파일이 사라진 문제를 지적하며 정재찬 당시 공정위원장에게 팜스21이라는 프로그램 내역을 다 조사해 볼 것을 요청했지만,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남양유업의 과징금을 탕감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남양유업도 문제지만, 공정위의 그런 무성의한 태도가 더 야속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