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이 임명되고 중기부 출범식이 열린 지난달 30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중기부장관에게 보내는 10대 정책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중기부 구성과 장관 인선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을 보면, 중기부 지향점이 ‘중소기업·중소상공인 보호’보다는 ‘벤처육성’으로 쏠린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김남근 정책위원장(변호사)은 중기부 출범 100일이 넘은 현재까지도 중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중기부는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화사모임’ 부회장이며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역임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당시 그는 경제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그때 경제민주화 이슈는 재벌의 지배구조문제와 같은 재벌개혁이 주를 이뤘다. 민생과 직접 연관된 좀 더 대중적인 경제민주화운동을 고민했던 그는 경제민주화네트워크를 조직한다.

골목상권·갑을관계·경제민주화 관련 100여개 단체 네트워크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공정경쟁 환경을 바로잡지 않은 상황에서 중기부가 균형을 가지고 정책을 실행해야지, 4차 산업혁명·벤처혁신 등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자율적이고 느슨한 구조의 개혁연대이며, 소속 단체는 100여개에 이릅니다. 소속 단체 면면을 보면 세가지 흐름으로 요약할 수 있죠. 첫번째는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모인 중소유통상인단체, 다른 한축은 갑을관계 개혁운동을 위해 결합된 하도급·가맹점·대리점 등의 단체, 마지막으로 공익차원의 경제민주화를 이루고자 하는 민변, 참여연대와 같은 청년시민단체입니다.”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우리사회 서민·중산층, 노동자,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가맹점주, 대리점주, 골목상권 상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의 권익향상과 이를 통한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를 위해 활동한다.

2012년경부터 움직인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최근 몇년간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부 격상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정책들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이를 컨트롤할 부처가 없어서다. 중기청장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미약해, 장관을 임명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정책을 아우르고 다른 부처를 설득할 힘과 조직도 필요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국민의 열렬한 지지 속에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4차 산업혁명, 벤처혁신과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그 분야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공정경쟁 환경을 바로잡지 않은 상황에서 균형을 가지고 정책을 실행해야지,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안되는 것이죠. 특히 중기부에 거는 기대는 중소기업을 혁신주체로 세우고, 공정한 시정질서 확립을 이루는데 있습니다.”

중기부, 중소상공인 보호와 벤처육성 정책이 균형을 이뤄야

김 위원장은 우선 재벌 복합쇼핑몰의 무분별한 도심진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선진국 대부분이 대형유통점의 대도시 진입을 규제한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소음·교통·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해 도심 외곽 전문상업지역에만 대형유통점 입점을 허용한다. 1만㎡ 대형유통점 하나가 한 도시의 중소상공인을 초토화시킨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는게 김 위원장 설명이다.

특히 1000만 인구가 넘는 수도 서울에, 역세권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대형유통점 입점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방에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유통점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국회에서 민생정책에 집중하는 국회의원이 많이 없다는 점입니다. 선진국 법률에 대한 연구도 없고,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죠.”

경제민주화네트워크와 소속단체 등은 지난달 30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10가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사진=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대형마트 심야영업규제나 의무휴일제도에 대해 선진국은 서비스업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보호라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룬 보편적인 정책이란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독특하게 ‘중소상인 살리기’라는 형식으로 규제해 쓸데없이 통상마찰 논란만 자초했다고 했다.

“정부가 처음부터 노동권 보호차원에서 시행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가 유통대기업 대형점을 빠르게 성장시켜 유통선진화를 이뤄야한다는 목적을 가져 엉뚱하게 통상마찰 우려가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게 됐죠. 어느 국가에서도 실제로 제기하지 않은 통상마찰 문제를 부추겨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허구의 통상마찰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도, 거기에 끌려간 정부도 부정직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적합업종, 상가임대차보호, 신용카드 수수료…시급한 과제

김 위원장은 이외에도 현정부가 시급하게 처리할 과제로 적합업종특별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 그리고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꼽았다. 이와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 육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약자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하도급·가맹점·대리점·소상공인 등 사업자가 단체를 만들어 교섭을 해야 하는데, 현재 공정거래법 19조 담합행위 규제 조항에 따라 이들의 단체교섭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150년 전에는 노동조합행위가 담합행위로 처벌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임금도 올리고 근로조건도 개선하고 하다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고 내수시장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반성적 교훈을 얻었죠.”

유례없는 양극화…밑에서부터의 경제민주화 운동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우리사회가 유례없는 소득격차와 양극화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중소기업단체 그리고 가맹점·대리점·소상공인 단체를 육성, 이들이 교섭을 활발히 펼칠 수 있는 국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 보호정책뿐만 아니라 육성정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제안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육성을 통해 이들간 경쟁과 협업 생태계를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스스로 혁신 주도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얘기다. 이를위해 보호만으론 성장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들을 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조직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가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 의지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밑바닥부터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의지가 있을 때, 재벌대기업도 그동안 해온 불공정한 행태를 계속 이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그런 면에서 경제민주화의 대중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국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중기부, 中企·소상공 보호할 수 있을지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