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용산 전자상가에서 PC부품을 구매해 조립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완제품보다 싸서 좋고, PC부품 판매업자도 매출이 올라 양자 모두 윈-윈(WIN-WIN)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3D프린터부품을 사서 조립하면 소비자는 윈, 3D프린터부품 판매업자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3D프린터부품 제조·판매업체인 ‘삼디몰’ 사건에 대해 7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지 전까지는 그랬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제품안전협회는 지난해 6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정한 안전확인 미신고 등을 이유로 삼디몰 김민규 대표를 고발했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별표에 따르면, 안전확인신고 대상인 정보·통신·사무기기에 프린터가 포함돼 있는데, 김 대표가 3D프린터부품을 판매하면서 안전확인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게 이유였다. 

검찰이 김 대표를 300만원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한 사건에서 1심법원은 올해 2월 ‘3D프린터’를 ‘프린터와 유사한 기기’로 해석해 벌금 100만원과 함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어 지난 8월 항소심은 ‘프린터’와 ‘3D프린터’는 별개 기기이고, ‘3D프린터’를 안전확인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이상 ‘프린터’ 또는 ‘프린터와 유사한 기기’에 ‘3D프린터’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며 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함으로써 김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삼디몰(위)은 사업장 한쪽에 소비자들이 직접 부품을 조립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중기이코노미 자료사진>   ©중기이코노미

‘삼디몰 사건’ 소송변론을 진행한 법무법인 위민의 한경수 변호사(스타트업법률지원단장)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중 하나인 3D프린터 활용에 대한 폭을 넓히고, 행정기관이 무분별하게 행정규제를 확대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 청년들의 창업을 사실상 가로막는 관행이 개선될 수 있는 좋은 판례를 남겼다” 고 밝혔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안타까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재판”

‘삼디몰 사건’에 대한 대법원 결론은 한 변호사의 표현대로 ‘무분별’까지는 아니지만, ‘사족’일 수 있는 행정규제를 법원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여준 의미있는 판결이다. 

급속한 기술발전에 따라 신산업이 속속 출현하는 이즈음, 어떤 산업을 육성하고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는 사법적 판단에 앞서 정부의 몫이다. 대법원 얘기는 당연한 주문이지만, 글자에 얽매이지만 말고 입법취지를 살피라는 말이다. 특히 굴뚝산업에 맞춰진 기존 규제를 현실에 맞게 바꾸든가,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란 취지다.  

그래선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같은 보도자료에서 “삼디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3D프린터의 부품 모두 안전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기술표준원은 삼디몰의 부품을 활용해 고객들이 스스로 조립(DIY)을 하는 경우에도 삼디몰이 각 완제품에 대해서도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확대·해석했다”며 “(이) 재판은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안타까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재판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안전성 “부품으로 충분 vs 완제품도 인증필요”
• 관련기사 ㅣ 말만 무성 ‘3D프린터 육성’ 상용화 일조했는데
• 관련기사 ㅣ “전통산업에 맞춰진 규제로 신기술 스타트업 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