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등에 근로계약기간 만료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을 갱신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면 어떨까? 이때 법원은 사용자의 근로관계 갱신 거절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계약 갱신과 관련한 조건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구체적인 약속이 없다면?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지게 된 동기나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살펴야 한다.

그래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고, 근로자가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형식적으로 근로계약 만료만을 이유로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김천시는 교향악단 비상임 단원을 수차례 재위촉해오다 신규 공개전형을 통한 위촉계약을 이유로, 갑자기 위촉기간 만료후 원고를 재위촉하지 않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실관계=원고는 김천시 시립예술단 소속 기간제 단원들이며, 피고는 원고들을 위촉해 시립예술단을 설치·운영한 김천시다. 피고인 김천시는 2004년 12월1일부터 원고들을 교향악단에 비상임 단원으로 위촉해 2년 단위로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기간만료까지 정기평정을 통해 수차례 재위촉해 왔다. 김천시는 조례(김천시 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를 통해 교향악단 단원의 위촉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위촉기간이 만료된 단원은 전형위원의 전형을 거쳐 재위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 김천시는 갑자기 2011년 1월 위촉기간 만료후 원고를 재위촉하지 않았다. 위촉계약을 체결한 2004년 12월이후 2년단위로 재위촉하며, 피고 김천시가 기존의 단원에 대해 재위촉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

피고 김천시는 최종 위촉계약 만료전 신규전형을 통해 단원 선발을 결정하고 2011년 11월 김천시 시립예술단 모집공고를 냈다. 그리고 원고들에게 해당 신규전형에 응시하도록 했다. 신규전형에서는 재정상의 이유로 ‘원고 2’가 담당하던 튜바파트가 폐지·제외됐고, 공통응시자격요건에 ‘공고일 현재 주소가 대구·경북으로 되어 있는자’가 추가됐다.

이로 인해 원고들중 튜바파트를 담당하는 ‘원고 2’와 공고 당시 주소가 서울, 밀양, 부산이던 ‘원고 4’ ‘원고 14’ ‘원고 21’은 응시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응시자격을 갖춘 기존 단원 가운데 54명이 응시했고, 이중 28명은 점수가 각 분야별 모집인원내 순위에 미치지 못해 불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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