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제 주체인 소상공인의 영업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태원 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회 불평등사회경제조사연구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윤관식의원 주최로 14일 열린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박 교수는 “최근 지자체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 위해 장소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며,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장소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와 결합되면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도 소상공인 보호정책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공은 도시재생사업 결과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현상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현실적인 정책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고유성 상실, 사회적 비용 발생, 주민편익 감소, 소상공인 위협

박태원 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소상공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데, 보호정책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잃어 버리게 된다. 원주민과 영세세입자의 비자발적인 이주문제가 발생하며, 결국 양자의 생존을 위협한다. 박 교수는 국내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을 4가지로 요약했다.

▲대중화·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입점…고유성 상실=다른 지역과 차별성이 존재하는 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이와 동시에 대중화·획일화된 대형 프랜차이즈가 입점하기 좋은 상권으로 바뀐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입점으로 지역 특성은 사라지고 방문수요가 줄어들며 쇠퇴하기 시작한다.

▲지역 경쟁력 상실…공공자원 등 사회적 비용 발생=상업지역 임대료가 높아지고 지역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소상공인은 영업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지역이 공공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지역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상업고도화로 주거환경 악화, 생활편의시설 감소=상업이 고도화되면서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보다는 일반상업업종이 우세해진다.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해지며 주거환경을 악화시킨다.

▲임대료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영업기반 위협=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영세세입자와 함께 초기 젠트리파이어(젠트리피케이션을 만든 사람들)인 문화예술인, 창의적 상점업주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이주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도시계획수단 활용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관리해야”

박 교수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도시계획 수단을 활용한 젠트리피케이션 관리와 운영방안을 제안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우선 상권현황에 대한 기초조사가 필요하다. 임대료, 고용현황 등 상업 관련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객관적인 정량데이터를 기준으로 향후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지수를 도입하고 젠트리피케이션 영향평가를 통해 지역활성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평가해 소외받는 지역 또는 개인에 대한 대책을 선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와함께 지역의 특수한 장소성을 저해하는 요소이며, 대규모 자본과 브랜드력으로 임대료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일부 업종의 프랜차이즈 입점을 규제한다. 또 도시재생 계획단계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특별지구를 지정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 효과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지역 예술가 및 소상공인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안정적 거주와 영업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용지를 활용한 장기임대상가를 공급할 수 있다. 도시내 중심시가지 또는 상업·업무지역 공동화에 대응하고, 지역의 활성화와 자치적인 관리·운영을 위해 시민조직 주도의 상업활성화 사업지구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례제정 통해 소상공인 보호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박 교수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하고, 지자체 조례제정을 통해 직접적인 보호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자영업자 비율이 특히 높은 현실에서 소상공인 영업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면,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에 법·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임대료 과다인상, 일방적 계약해지 등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 9%에서 더 내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현행 5년인 계약갱신청구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임대차계약 보호대상을 확대해 전체 상가임대차의 90% 이상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함께 임대차 분쟁시 중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조정위원회를 지역, 광역, 중앙으로 구분 설치·운영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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