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주주총회는 주식회사 최고의결기구이고, 주총결의는 집행기관인 이사회를 통해 실행된다. 주총결의 효력요건은 보통결의의 경우 ‘출석주주의 과반이상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1/4이상 찬성’이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는 ‘출석주주의 2/3이상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1/3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다수 기관이 그렇지만, 국회의 보통결의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과 비교하면 주총의 의결요건은 느슨하다. 그럼에도 양해가 되는 이유는 발행주식 수가 수천만주이상 되다보니, 발행주식 1/4이상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을 열지 못하면, 주주이해와 직접 관련된 투자·인수합병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에 보완장치로 마련한 제도가 섀도보팅(shadow voting)이다.

섀도보팅,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악용된다

섀도보팅제는 상장회사가 요청하면 주주총회 참석주주 찬반비율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이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 주총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방법이다. 지난 1991년에 도입된 섀도보팅제는 지배주주에게 손쉽게 의사정족수를 확보할 길을 열어줌으로써,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해서 정부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섀도보팅제 폐지를 결정했지만, 201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준비부족을 이유로 재계가 반발하자 유예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했다. 정부는 유예기간을 주면서 조건을 붙였는데, 기업 스스로 전자투표제 도입 및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등 소액주주 참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시대를 역행하면서까지 섀도보팅제에 목매지 말기를 재계에 당부한다. 이번 기회에 주총을 명실상부한 기업의 최고의결기구로 재정립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여야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재계, 책임은 이행하지 않고 ‘생떼’까지 쓰는 형국이다

책임은 이행하지 않고 권리를 넘어 생떼까지 쓰는 형국이다. 주주의 돈과 이해를 결정하는 주주총회다. 주주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자리와 여건을 만드는게 경영자의 책무다. 입으론 주주가 ‘주인’이라며 떠들면서, 입바른 소리하는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막은게 지금의 경영진 아닌가. 더욱이 2015년 섀도보팅제 폐지 유예조건으로 정부가 3년의 시간까지 줘가며, 기업에 주주참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 했지 않은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주총을 개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924개 가운데 641개사(33.3%)가 섀도보팅을 요청했다. 이를 근거로 재계는 섀도보팅제가 폐지되면 ‘주총대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기업 스스로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부담하는게 당연하다.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섀도보팅 폐지로 주주총회 소집이 안돼서 감사, 감사위원을 구성하지 못하더라도 곧바로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가 안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계가 걱정하는 상장폐지처분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소액주주 주총참여를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하면 된다.

재벌의 왜곡된 지배구조는 섀도보팅제와 무관하지 않다

소액주주가 주총에 보다 쉽게 참여하고, 주총참여를 동기부여할 제도적 대안은 이미 차고 넘친다. 섀도보팅제 유예조건으로 정부가 제시했던 전자투표제 도입과 의결권대리행사제 강화 이외에도 서면투표제 도입도 있다. 이외 대표소송제,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다중장부열람권제 등을 통해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한다면, 주총참여를 위한 소액주주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

소액주주의 주총참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관심이다. 섀도보팅제 자체도 그렇고 지금까지 경영자의 행태가 소액주주의 주총참여를 막았다. 밀실에서 대주주 몇몇이 합의한 결정이 이사회를 통해 집행됐다. 

한국사회 재벌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지분이상 집중된 경영권은 소액주주의 주총참여를 봉쇄한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재벌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했고 국민적 합의까지 이뤄진 지금, 더 이상은 안된다. 시대를 역행하면서까지 섀도보팅제에 목매지 말기를 재계에 당부한다. 이번 기회에 주총을 명실상부한 기업의 최고의결기구로 재정립하고, 경영투명성 제고와 함께 기업가치도 끌어올리는 계기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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