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하지만 한국사회에는 유일한 예외가 있다. 바로 ‘핏줄’이다. 재벌의 피를 타고난 자에게는 저절로 일감이 몰린다. 그룹 차원에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준다. 고귀한 핏줄이 운영하는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된다. 그 중 하나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된 물류회사다. 설립 첫 해부터 현대자동차그룹 물류를 싹쓸이 하면서, 2001년 설립 첫 해인 2001년부터 매출 1985억원, 영업이익 93억원(자본금 투자의 373%), 당기순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기준 매출 약 12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당기순이익 4000억원이 됐다. 약 15년 만에 매출 기준 61배 성장한 셈. 15년이 지나면 1억원짜리 내 사업이 61배 커져 61억원이 된다고 상상해보라. 짜릿하지 않은가. 물론 로또 1등 맞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상상이다. 차라리 로또 1등이 더 가능성이 높을테다.

아무리 전문성을 갖추고 고도의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물류사업에서 15년만에 61배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은 없다”는 창업주의 영향 때문일까. 정몽구 회장 일가는 불가능을 이루었다. 일감몰아주기 덕분이다.

현대제철도 현대글로비스로 일감을 몰아줬다. 현대글로비스는 다시 사돈기업 삼표기초소재에 물류를 맡겼다. 삼표기초소재는 다시 기존의 지역 물류회사에 배송을 맡겼다.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기초소재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물류마진을 얻었다. ‘통행세’의 전형이다. 사진은 현대글로비스 아산 제2KD센터 전경<사진=현대글로비스/뉴시스>

현대제철은 “물류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현대제철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인 운송사들에게도 도움이 됐다”,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물류사업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기 어려웠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였다”, “광업업체가 물류비를 과도하게 부풀려 허위청구를 한 적이 있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강원권과 충청권은 불투명한 운송원가 구조가 문제였다”, “경쟁입찰을 했는데 삼표기초소재가 우수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현대제철이 물류비 허위청구를 잡아냈는데, 현대글로비스가 더 잘 잡아낸다는 말인가. 석회석은 제철소에 반드시 필요한 자재인데, 현대제철은 석회석을 공급받는 것도 직접 관리하지 않는단 말인가. 현대제철이 시장상황을 반영해 운임을 쳐주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인가. ‘투명한 운송원가 구조’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현대글로비스가 전문성이 있어 맡겼다면, 왜 현대글로비스는 다시 삼표기초소재로 하도급했단 말인가. 현대글로비스나 삼표기초소재가 직접 운송을 담당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이다. 결국 지입차주들의 운임만 깎였고, 깎인 만큼의 통행세는 현대글로비스와 사돈기업의 이익이 됐을 것 같다. 이렇게 이익이 이전된 원인은 ‘핏줄’과 ‘혼인관계’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몰린 일감으로 사업은 번창하고, 번창한 사업만큼 일감도 늘어난다. 반면 몸뚱아리 하나로 밤새 운전하는 지입차주는 운임이 깎여도 아무 소리 못한다. 항의 한 번 했다가 일감 끊길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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