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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태만’ 국회 ‘나태’로 소상공인 법 위반 전안법 연내 개정없이 유예기간 일몰…개정안 법사위에 방치

기사입력2017-12-18 19:3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소상공인사업자 단체 등이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 소상공인 당원보고대회에 참석해 전안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

올해 1월 법 시행직후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받고, 올해 말까지 일부조항 시행을 유예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유예기간 일몰을 앞두고 있다.

특히 법적용대상인 소상공인의 이해를 반영한 전안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방치돼 있어, 연내 국회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내 전안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전안법 적용대상인 소상공인 상당수가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소상공인 사정을 헤아려 서울시, 경기도 등 법집행기관이 단속을 하지 않으면 사상초유 위법행정 사태가 벌어진다.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의 태만과 입법기관인 국회의 나태가 맞물려 무법상태를 초래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18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전안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는 전안법 미개정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기존 전안법상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에 KC인증이나 공급자적합성 확인 표시를 하지 않은 제품은 원천적으로 판매가 금지된다. 인터넷 판매의 경우에도 인증확인 정보를 게시할 의무가 있고, 공급자적합성 서류 보관의무도 준수해야 한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핸드메이드 사업자 “현재 쇼핑몰에 입점조차 할 수 없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핸드메이드작가모임 허사랑 대표는 “핸드메이드 사업자들의 경우 소규모 1인 창업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 모두 KC인증 대상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전안법이 적용되면 시간과 돈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현재 쇼핑몰에 입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본 사업자들은 올해 개정이 안돼 내년부터 단속이 시작되면, 소상공인들은 당장 범법자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병행수입업협회 공병주 회장은 “전안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향후 시행령 제정을 통해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의 세부적인 품목을 정하는 등 후속조치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연내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권선동 위원장은 법사위를 열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이훈 의원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급한 민생현안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자유한국당 권선동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자체를 열지 않고 있다”며 “사업자들의 문의도 많고, 현재 이훈 의원 등도 법사위 소집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쟁으로 인해 민생법안 심사가 멈춰선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법사위 위원들은 이 법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지도 못하고, 이 법안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산업부에서 장차관은 물론 실무자들도 찾아와 설명한 바가 없다”며 산업부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하기도 했다.

전안법 개정안…소상공인이 이행 가능한 수준으로 완화해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중인 전안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전안법 전부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전안법 일부 조항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소상공인 등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의무부담을 현실적으로 이행 가능한 수준으로 완화했다.

주요 내용은 첫째, 제품의 위해도에 따라 ▲안전인증대상제품 ▲안전확인대상제품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제품 등 3단계로 구성된 안전관리대상제품체계에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 항목을 신설해 총 4단계로 개편했다. 위해도가 낮은 일부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 생활용품을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제품은 KC마크표시의무, 안전기준적합증명 서류비치의무, 안전정보 홈페이지 게시의무 등을 제외함으로써 소상공인 의무부담을 완화했다.

둘째, 구매대행의 경우 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은 KC마크가 없더라도 구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KC 정보를 게시하는 대신 구매자에게 구매대행사항을 고지하도록 했다. 다만, 위해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 안전보호를 감안해 구매대행을 중지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셋째, 병행수입의 경우 선행 수입업자가 KC인증을 받아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과 동일한 모델에 대해서는 인증절차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는 대신 병행수입사항을 표시하고 고지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