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은 ‘보통사람’인 부모 또는 ‘미천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에 사용한다. 예전에는 제법 자주 통용되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쓰임을 찾기가 어렵다. 대신 ‘돈 있으면 개천에서 용 난다’, ‘통장에서 용 난다’와 같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돈없고 빽없는 흙수저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대중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채용이나 승진 등이 비교적 공정할 것으로 기대되는 공공기관에 도전하는 구직자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취직에도 돈과 빽이 필요했다. 

기획재정부 등 공공기관 관련부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3~2017년)간 275개 공공기관에서 2234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12월1일기준 중간조사 결과임을 감안하면 실제 채용비리 적발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적발된 사례도 가지각색이다. 기관장이 직접 나서 지인 자녀의 이력서를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하면서 채용을 지시했다. 응시원서에 부모 이름·직업·근무처를 쓰도록 해, 유력한 기관 고위급 인사 자녀임을 확인하고 높은 점수를 줘 채용했다. 가점 대상자에게는 가점을 부여하지 않고 불합격 처리하고, 대신 그 자리에 지역 유력인사의 자녀를 채용한 경우도 있다. 채용 공고문에 명시된 전공과 무관한 자를 서류전형에 합격시키고, 특정 인사 채용을 위해 정원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돈과 빽 앞에 다른 구직자의 시간과 노력은 모두 무의미했던 셈이다.

이번 채용비리 조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불법행위 적발을 넘어 우리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학연, 지연, 물질만능주의 등의 적폐를 청산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로 시작한 이번 조사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다른 부정부패에 대한 조사·감시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정부의 이번 적폐청산 조치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산돼 궁극적으로 공정한 경쟁과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물론 여기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적발·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하고, 재발을 막는 법·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로마 또한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결단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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