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 하급심 법원의 판결들을 살펴보면, 일정한 경향이 있다. 직원에 의해서 회사의 자료가 외부로 반출되고, 회사는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며 직원을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그런데 회사는 유출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해, 형사사건에서는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람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민사에서는 회사가 패소한다. 왜 회사가 패소하냐고? 회사가 외부로 유출되면 안되는 자료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통수를 맞지 않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지키려면, 일단 영업비밀로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어떤 정보를 영업비밀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제도적 장치 ▲인적관리 ▲물리적인 보안조치 세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써놓으니 무슨 대단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실상은 간단하다. 제도적 장치는 영업비밀 관리규정과 관리대장을 만드는 것이고, 인적관리는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 등을 작성하는 것이며, 물리적인 보안조치는 통신 보안조치, 패스워드 설정 등을 말한다.

먼저 영업비밀 관리규정과 관리대장을 만들면서, 우리 회사에서 꼭 지켜야 하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를 뽑아낸다. 그 다음에 영업비밀의 등급을 분류하고, 해당 등급별로 관리책임자와 접근이 가능한 사람을 특정한다. 사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 어떤 것인지를 뽑아내고 그 등급을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회사의 전반적인 뼈대를 점검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하는 CEO가 많다. 무엇이 우리 회사에 중요하고, 어떤 비밀을 이 사원에게 맡겨야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리적인 보안조치는 간단하다. 중요한 파일에 패스워드를 설정하고, 중요한 회사의 인터넷 계정이나 자료보관 창고에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를 하면 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물리적인 보안조치는 간단하다. 중요한 파일에 패스워드를 설정하고, 중요한 회사의 인터넷 계정이나 자료보관 창고에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를 하면 된다. 보안업체를 통해서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 USB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서, 컴퓨터 안의 정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고, 회사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이트의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회사의 규모가 작고, 보호해야할 영업비밀이 많지 않다면, 위와 같이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커서, 조금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영업비밀을 관리하는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고, 특허청에서 만든 영업비밀보호센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얘기한 영업비밀보호 규약, 관리대장, 영업비밀보호서약서와 관련된 서식은 모두 이 영업비밀보호센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업비밀보호센터는 특허청에서 기업의 영업비밀보호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다. 기본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서식이 있으며, 필요한 경우 보안시스템을 저렴한 가격에 지원받을 수 있다. 국가지원사업으로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잘 활용하면 좋다.

이 글을 읽었다면, 일단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혹은 자료 3가지를 뽑아 보기 바란다. 그 정보를 우리 회사의 특급 영업비밀로 가정하고,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방법 즉 제도적 장치, 인적관리, 물리적인 보안조치를 적용해 보기 바란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영업비밀 보호장치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절차가 아니다. 이런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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