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활동비는 개인생활비가 아니라 주로 사회적 약자 구제, 교리연구 등 종교 본연의 활동비라는 점에서 비과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종교인 과세 논란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입법예고 기간중 들어온 의견이 1만건이 넘는다. 제일 논란이 된 것이 종교활동비”라면서 한 말이다.

종교활동비의 법적성격은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비과세대상으로 인정되는 ‘실비변상적 급여’다. 교육관련법이 정한 자에게 지급하는 월 20만원이내 연구보조비, 월 10만원이내 식대와 월 20만원이내 자가운전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비변상적 급여를 비과세대상으로 보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다. 연구보조비의 경우 연구활동이 가져오는 공익이라는 이유, 식대와 자가운전비는 업무수행에 있어 말 그대로 ‘실비’를 ‘변상’해 준다는 사연 등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그런데 종교활동비는? 김 부총리의 말대로라면 소득세법상 비과세요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사회적 약자 구제, 교리연구 등 종교 본연의 활동비’에 대해 과세하라고 요구하는 국민은 단언컨대 단 한명도 없다. ‘개인생활비’가 아닌 ‘종교활동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어두운 구석은 줄어들 터이고, 이는 종교 본연의 기능이기도 하다.

종교인 과세안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2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과했음에도 형평성 논란이 종식되지 않는 이유는 ‘종교활동비’의 실질이 ‘개인생활비’이기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와 특혜 없는 종교인 과세를 촉구하는 서명명부를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에 전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그리고 내각각료 모두가 이와같은 사정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종교활동비 논란을 포함 소득세법 시행령이 ‘누더기’, ‘구멍투성이’가 된 이유는 대형교회 때문이다. 천주교와 성공회 그리고 불교계가 종교활동비를 빙자한 개인생활비를 실비변상적 급여로 인정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특정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도 안되지만,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차별을 받아서도 안된다는게 헌법정신이다. 굳이 헌법상 평등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게 사회통념이고 보편적인 국민의 법 감정이다. 따라서 개신교회에서 ‘사제직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세무조사까지 면제해주고, 모자란 국고를 채우기 위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부담을 부과한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법령이다.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정치인과 관료들은 대형교회 몇몇 사제들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문 대통령의 판단은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입문 전 직업이 변호사이기에 누구보다도 이번 시행령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또 대통령 스스로 국민정서를 누구보다 공감했던 정치인이기에 촛불의 염원을 받아 안고서 대통령직까지 올랐다. 대형교회 목사들보다 국민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아는 대통령이기에, 대통령 스스로 결단을 내려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을 폐기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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