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금인상률이 중소기업을 압도하면서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쟁취’가 중소기업들과의 격차 확대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업과 하청관계에 있는 다수 중소기업들은 원청기업의 높아진 인건비 부담을 단가인하 등으로 나눠지게 되고, 그 결과 중소기업 직원들은 임금을 올릴 여지가 없어진다.”

27일자 한 경제지가 ‘중소기업이 신바람나야 경제도, 일자리도 살아난다’라는 제목으로 쓴 사설의 일부다. 이어 이 신문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노동자들이 중소기업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젊은 인재를 채용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게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하소연이다”고 했다. 

이 신문을 포함 대다수 보수언론이 가진 노조 적개심에 대한 동의여부는 호불호의 문제이지만, 사실을 왜곡해선 안된다. 더욱이 원인과 결과를 주장하면서, 억지를 합리화하기 위해 ‘핵심’이 아닌 ‘주변’을 원인으로 과장·왜곡하는 행위는 거짓말과 동일하다. 

특히 우리 산업생태계에서 중소기업을 벼랑끝으로 몰아간 주범으로 대기업노조를 특정함으로써 문제해결 자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사회적인 행태다. 논리비약에 일단 ‘지르고 보자’식의 주장으론 ‘신바람’이 날 중소기업도 없거니와 ‘일자리도 살아나지’ 않는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소외·박탈감을 자극하면서까지 ‘주변’에 불과한 대기업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할 요량이라면, 공기(共器)로서의 언론사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한다.

비정규직 그리고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교하면 대기업 생산직근로자 임금이 많이 높은게 맞다. 그렇다고해서 대기업 생산직근로자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 또는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이 낮아졌다는 궤변이 정당화되지 않는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물론 비정규직 그리고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교하면 대기업 생산직근로자 임금이 많이 높은게 맞다. 그렇다고해서 대기업 생산직근로자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 또는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이 낮아졌다는 궤변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지난달 초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하도급거래 공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전자·기계 등 3대주력산업에서 전속거래관계 원하청기업의 수익성 추세 결과를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삼성전자·엘지전자 등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9~13%대인 반면 전속거래업체 영업이익률은 원청업체의 1/3에 불과한 3%대에 불과했다. 자동차산업도 사정은 같아 최근 3년(2014~2016년)간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6~9%대였지만, 전속거래업체의 그것은 3%대, 절반 수준 또는 그 이하였다. 기계산업도 원하청기업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확대되는 등 시장내 갑을관계 지위에 따른 수익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된 원하청구조다. 납품가격을 원가와 관계없이 원청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 때문이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쟁취’가 아니라 대기업의 끝모를 ‘탐욕’이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양극화 주범이란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에 ‘단결권’ 부여를 검토하고, 공정거래정책을 계속 쏟아내는 이유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함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철지난 ‘대기업노조 때리기’, 궁극적으론 노조 자체를 부정하려는 행태야말로 적폐중 적폐다.

봉건시대 해체와 함께 자본주의 등장 이후 줄곧 생명력을 유지했고,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함께 성장했던 노동운동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자본의 입장에선 때론 불편할 수 있지만, 복지국가의 본산인 서구 유럽이 노동운동을 ‘용인’하고 자리를 내 준데에는 이유가 있다. 노조가 갖는 본래의 기능, 자본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자본주의를 보다 건강하게 했음을 유럽인 스스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7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노조를 색안경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입만 열면 ‘노조 탓’ 얘기를 하지 않는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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