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사람, 1960<사진 제공=코바나컨텐츠>

한국에서 처음으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년) 전시회가 열린다. 자코메티는 조각가로서 모더니즘 정신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일반적으로 조각 작품이 붙여나가면서 형태를 만들어 가는 반면 자코메티는 완성된 형태에서 시작해 하나하나 떼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그 끝이 어딘지 모른 채 작가의 손에서 허망하게 소멸한 것들도 많다. 인간존재의 허약함과 덧없음, 소외에 기인한 내면의 고독에 초점을 맞춰 형상을 응축시킴으로써 부스러질 것 같은 현대인의 불안과 고뇌를 직관적으로 응시할 수 있는 작품들을 남겼다.

120여점 내외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그의 아버지 작업실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기간(1960~1965년) 동안의 예술적 성취 과정을 느낄 수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작가가 죽기 바로 직전 작업한 마지막 작품인 ‘로타르 흉상’과 작가의 상징적인 작품 ‘걸어가는 사람’의 원본 석고상이 공개된다는 점이다. ‘로타르 흉상’은 작가가 평생을 통해 깨달은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이 녹여져 있으며, 마치 작가 자신을 빚어 놓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걸어가는 사람’은 사람 실물 크기의 작품으로 자코메티 청동작품 중에서 가장 매력있고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이며, 당시 경매된 작품 중 가장 비싼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간이 걸을 때, 자신의 몸무게를 의식하지 않고 가볍게 걷는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죽은 사람보다도,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가볍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바로 그것, 그 가벼움의 본질이다.”(알베르토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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