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영업비밀을 보유한 회사가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법률에 규정된 영업비밀 보호를 주장하려면, 최소한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회사가 증명하라는 것이다. 그것만 증명하면, 법률로 보호해주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회사의 특정 정보를 유출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정보가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만 증명하면, 영업비밀 유출을 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인가를 증명하는 것이 해당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이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원의 입장도 변호해 보았고, 영업비밀이 누설된 회사의 입장에서도 서보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람’의 입장에서 일할 때가 훨씬 편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가 해당 정보를 ‘영업비밀’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이 정보가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췄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 보다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업비밀을 보유한 회사가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런데 회사의 입장에서 비밀관리성이라는 요건, 해당 정보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요건을 증명하지 못해 실제 사례에서도 회사가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가 해당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노력을 했는지 여부는, 해당 정보에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는지 여부와 객관적으로 볼 때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다. 얼핏 보면 간단한 것 같은데, 이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 많은 회사가 회사의 중요 정보를 방치해 놓는다. 예를 들자면 고객 명부, 제품의 매뉴얼이 회사의 영업과 관련해서 중요한 정보인 회사인데도, 이런 것들이 회사 내부에서 아무런 보안 조치없이 회사 내부사람이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상태로 존재한다. 중요한 파일인데 패스워드도 설정이 돼 있지 않고, 누구나 접근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정보를 과연 영업비밀로 볼 수 있을까?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회사는 그 정보를 최소한 영업비밀이라는 울타리에 넣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그 정보가 회사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는 어떻게 관리되는지 별로 신경을 안쓴다. 그러고 나서 유출되고 나면 하늘이 무너진 것 마냥 행동하면서, 정보 유출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영업비밀은 일단 유출되고 나면,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다. 영업비밀이 특허에 비해 기간제한 없이 보호받는 이유는 ‘비밀’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번 비밀이 아니게 된 정보는 영원히 비밀이 아니다. 누가 그 정보를 이용한다고 해도 막기 어렵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유출되면 안되는 ‘영업비밀’ 법적 보호 요건은
• 관련기사 ㅣ “레시피·거래처 정보도 모두 영업비밀인데…”
• 관련기사 ㅣ 영업비밀 관리규정 두고 서약서 받고 잠금장치
• 관련기사 ㅣ 사생활 침해 민감한 CCTV ‘설치목적’을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