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부 출범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당시 김상조 교수를 내정하자, 자유한국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참으로 문제 많은 인사”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재벌에 대한 경도된 시각’을 가진 ‘재벌저격수’란 이유와 함께 내세운 비난의 근거가 대통령의 ‘자기사람 채우기’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했던 ‘코드인사’ 우려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 6개월간, ‘공정경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발걸음은 빨랐다. 지난 7월 가맹사업, 8월 유통사업 그리고 지난 연말 하도급법 종합대책을 통해 대기업의 관행화된 ‘갑질’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여소야대 지형에 따라 입법이 뒤따르지 못한 부분이 있음에도, 행정처분을 통해 제도화한 성과가 적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펴겠다는게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김 위원장은 인사권자 코드에 맞춰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새삼스럽게 ‘코드인사 논란’의 기억을 거론한 이유는 대통령의 1일 신년사와 공정위원장의 지난 31일 신년사 ‘코드’가 같아서다.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아 국민 여러분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며 “국민의 삶을 바꾸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국가의 존재이유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란 점에서, 대통령의 약속은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분명한 목표설정이다. 그래선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얼마이고, 국민소득 얼마를 달성하겠다는 보여주기식 국정목표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공정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목표도 대통령의 그것과 동일하다. 신년사에서 공정위원장은 “작년 하반기 발표한 제도들을 일관되고 차질없이 집행하여 구체적인 시장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중소 하도급·납품업체, 가맹희망자 및 가맹점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신년사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공정위원장 메시지는 시장질서내 약자인 ‘을’을 향했다. 대통령과 공정위원장 모두 대상만 달리 했을 뿐, 하고자 하는 일은 국민과 ‘을’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개혁과제 추진이다. 공정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재벌개혁을 얘기하면서 “‘혁명’이 아닌 지난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국민과 ‘을’이 체감하는 작은 성과물을 기반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개혁과제를 도모하겠다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코드인사가 나쁜게 아니라, 코드의 내용이 국민적 여망과 시대적 소명을 담지 못한게 문제란 지적이 새삼 다가온다. 재벌개혁을 포함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적폐청산에 성이 차지 않은 이들에겐 대통령과 공정위원장의 신년사는 나름 위안이다. 문재인 정부 5년내내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관료가 많이 기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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