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업종, 규모와 상관없이 유리한 상대와 손을 잡는 ‘협력형 경쟁(Hyper-Coopetition)’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노리는 기업들은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8 글로벌 10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경쟁 여부, 규모와 상관없이 동종·이종 업체간 ‘협력형 경쟁’이 핵심전략으로 뜨고 있다.

협력형 경쟁은 업종과 규모, 국경 측면에서 경계를 넘어 잠재적 경쟁자까지 포함하는 협력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동업종, 대등한 경쟁자 등 다소 제한된 영역에서만 협력이 이뤄졌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융합’기술이 각광받으면서 다방면의 기술·사업 협력이 불가피해졌다. 사업의 핵심 요소인 솔루션 창출, 플랫폼 기반 사업전개, 신사업모델 창출에 요구되는 기술·사람·시간 등의 문제는 글로벌 선도업체라 하더라도 단독으로 해소할 수 없다. 산업체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확보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형 경쟁이 뜨는 배경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업의 경우 주로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을 축으로 협력이 전개되고, 일부에서는 플랫폼간 협력이 이뤄지기도 한다. 예컨대, 중국기업 치한과기(旗瀚科技)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Alexa)’를 활용해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산봇 나노’를 개발했다. 제품의 음성인식과 빅데이터 분석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을 가진 아마존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치한과기가 제휴했다. 

경쟁자간 각자의 플랫폼을 제휴해 서비스범위를 확장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코타나와 알렉사가 서로의 플랫폼에서 상호 연동해 동작하도록 했다. 사용자가 알렉사 탑재 기기에서 코타나를, 코타나 탑재 기기에서 알렉사를 불러내 명령을 내리는 식이다.

산업차원에서는 기기간, 기업간 데이터 연계를 기반으로 서플라인체인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업종의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업종과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용 IoT 표준 제정을 위한 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IIC)’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제조 등에서 IoT 구축과 표준화 마련을 목적으로 GE, IBM, 인텔, 시스코 등 다양한 업종과 업체가 참여했다.

글로벌 사업 생태계에서 시장우위 기술력을 선점하고, 해외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제약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협력형 경쟁도 강화되고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IoT,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아세안 기업과 제휴를 통해 신사업을 창출하는 ‘일본-아세안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독일도 ‘인더스트리 4.0’ 적용확대를 목적으로 중국, 인도 등과 협력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협력형 경쟁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비즈니스모델 변혁에 대응하고 신시장 창출에 필요한 핵심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통기업과 신흥국 기업에 필요한 ICT 역량을 스타트업과 벤처업체에 지원해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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