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최저임금 인상은 ‘인권’의 문제다

2025년
5월 24일(토)

중기이코노미TV 경영정보 오피니언 우린 중기인 예술을 읽다 핫클릭

보내는 기사	‘다시 한번’…최저임금 인상은 ‘인권’의 문제다

오피니언키워드이슈

‘다시 한번’…최저임금 인상은 ‘인권’의 문제다 납품단가 인상, 건물 임대료·프랜차이즈 로열티 인하 가능하다

기사입력2018-01-16 09:47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인상됐다. 이러다 중소기업들 망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조선일보는 15일 ‘영세기업, 최저임금 인상에 영업이익 40% 증발’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같은 기사에 등장한 중소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종업원 수 10~19명인 기업들은 평균 영업이익 1억8600만원에서 1억860만원(42% 축소)으로, 20~49명인 기업들도 4억3600만원에서 2억5990만원(40% 축소)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당장 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다고? 상가 월세 내고, 카드수수료 내고, 프랜차이즈 로열티 내고, 각종 원재료비랑 비용을 내고 나면 종업원들, 알바생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데, 거기서 또 빠진다고? 사업 때려치란 말인가? 일하는 사람들 월급 많이 주면 좋지. 그 사람들이 다른데 가서 돈 쓸텐데. 월급 오르면 내수경기 활성화 된다는거 누가 모르나? 나도 더 주고 싶어. 하지만 당장 내 지갑에 돈이 더 들어와야 월급을 더 줄 거 아닌가.’

서울에서 월 158만원 가지고 4인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권의 발전이기에, ‘인건비’를 탓하는 프레임은 위험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렇다. 문제는 사장들의 지갑이다. 해법은 두 가지다. 수입을 늘리거나, 아니면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그런데 중소업체 입장에서 당장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가격을 올리는 것 밖에 없다. 기술개발,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는 신문에나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원청업체는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단가를 후려치고, 가맹본부는 가격을 올리는 만큼 재료공급가를 올린다. 식당주인들은 매출 떨어질까봐 쉽게 가격인상을 결정하지 못한다. 또한 인건비 이외의 다른 지출항목을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는 건물임대료를 올리면 올렸지 낮춰준 적은 없고, 가맹본부가 로열티를 줄여준 적도 없다. 결국 당장 조절할 수 있는 ‘인건비’ 문제만 과잉 표상된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인권의 문제다. 자유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술 마실 자유’가 있다고 한들, 술 사 먹을 돈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대한민국 2018년 최저생계비는 4인가구 기준 월 소득 135만원. 최저임금 월 157만3770원을 받고 일해봐야 최저생계비에서 22만원 많다. 서울에서 월 158만원 가지고 4인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권의 발전이기에, ‘인건비’를 탓하는 프레임은 위험하다.

그래도 지금 당장 사장들의 지갑 문제가 남는다. 마침 ‘빽다방’이 원부재료비를 인하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불가능해 보인다고 해서 영원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철옹성 같은 불가능에 균열을 내는 것, 이를 두고 ‘혁신’이라 부른다. 기술혁신만 생각하지 말고 상생혁신을 추구하자. 납품단가 인상, 건물임대료·프랜차이즈 로열티 인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