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나오는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먹는 일,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은 속옷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과 같이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기쁨을 말한다. 매우 주관적이고 사소하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가 주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사회전반에 작은 행복을 찾는 ‘소확행’이 유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이 이어지면서 취직하기도 쉽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취업해도 치솟는 물가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현실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찾는다는 얘기다.

소확행은 밀레니얼세대의 구직활동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30세대들의 생활양식과 일자리 인식’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의 일자리 선택시 결정기준은 돈(55%)과 시간(44%), 적성(1%) 순이었다. 돈의 비중이 여전히 높았지만, 일자리 선택기준으로 응답자의 절반가까이가 시간을 꼽았다. 즉 이들은 칼퇴근, 노동강도, 퇴근시간, 월차, 연차, 휴가 등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명확히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많았다. 적어도 10명중에 4명이상은 조금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길 원했다.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기위해 그들은 ‘시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기위해 부조리와 장시간근로를 참고 견뎠던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에 주는 함의가 있다. 청년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중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15~29세)은 30만1000명에 이른다. 2016년 27만3000명보다 2만8000명 늘어난 수치다. 물론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쉬는 자발적실업자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스스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준다.

고용노동부가 청년들의 희망요건을 반영해 매년 선정하는 ‘청년친화 강소기업’은 유연근무(탄력근무)나 패밀리데이(조기퇴근) 등과 같은 근로환경 관련제도를 평균 3.2개 운영하고 있다. 강소기업의 정규직 비율 역시 97.8%로 거의 100%에 가깝고, 2명 가운데 1명이상(57%)은 청년노동자였다. 근속연수도 평균 3.9년으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15~29세)의 기업 근속연수(18개월)와도 차이가 난다. 청년들의 ‘눈이 높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기업 스스로 양질의 근로환경을 제공하는지 확인하는게 우선이다.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의 혁신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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