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턱밑까지 차올라 옴짝달싹 못하고 숨만 쉬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란 밀물이 코를 막아버린 격이다.”

최근 만났던 소상공인단체의 한 임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미친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불능력이 취약한 상당수 소상공인의 어려운 실정을 지적한 말이기도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최저임금 ‘전쟁’의 본질을 비교적 정확하게 꿰뚫은 진단이다.

사안을 이렇게 보면, 큰틀에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장은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응급처방이다. 일단 숨통을 트이게 한 후, 이들을 ‘옴짝달싹’ 못하도록 만든 물을 빼고, ‘공정경제’ 환경을 조성하는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응급처치안도 나왔고, 물을 빼는 방안 역시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최저임금에 대한 보수언론과 야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소상공인지원책을 보다 정돈할 기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나름 ‘소득’이다. 

16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대통령과 중소기업단체 관계자, 중소기업·소상공인간 만남에서도 화제는 단연 최저임금이었고, 공정경제였다.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여러분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일자리창출 소상공인 정책자금 우대와 같은 추가 대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말했다.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1조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경감대책 등을 담은 지난 7월 정부의 소상공인지원책 이외 응급처방으로써 추가대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은 또 공정경제 조성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의 일부도 제시했다. 대통령은 “높은 상가 임대료와 본사와 가맹점간의 불공정한 거래가 종업원 임금보다 더 큰 부담인 분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중소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을 나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던 약속어음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 생계형 적합업종을 적극 보호해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지키고 불안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청와대 회동 자리에서 오갔던 얘기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도 정당한 몫을 가져갈 수 있는 공정경제 조성을 위한 해법은 모두 준비됐다. 남은 문제라곤 실제 정책을 행정권한을 통해 이행하고, 제도화가 필요한 부분은 국회의 입법조치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임대료와 가맹관계에서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약속어음제도 폐지 모두 국회입법이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다. 이외에도 20대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경제 관련발의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면, 야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밀린 숙제처리다. 

오늘도 여전히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일부 언론에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에 대한 공세, 그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다만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지급여력을 키울 수 있는 입법발의안조차 처리하지 않는 야당의 태만도 함께 비판해야 하지 않나. 언필칭 불편부당이고, 공기(公器)라는 타이틀를 계속 가져가고 싶다면 말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다시 한번’…최저임금 인상은 ‘인권’의 문제다
• 관련기사 ㅣ 최저임금 7530원도 못주는 ‘3만달러 시대’
• 관련기사 ㅣ 견강부회, 억지주장…최저임금 ‘생채기’ 멈춰야
• 관련기사 ㅣ 공급원가 오르면 유통업체에 납품價 조정 요청
• 관련기사 ㅣ 소상공인, 권리를 주장하려면 의무도 이행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