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장비인 전산화단층엑스선촬영장치(CT)·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유지보수시장에 신규로 진출한 중소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멘스는 CT·MRI 장비시장 업계 1위 사업자이며 CT·MRI 유지보수시장에선 9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CT·MRI 유지보수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중소유지보수사업자(ISO)들을 배제하기 위해 지멘스는 자사의 CT·MRI를 구매한 병원이 ISO들과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조건(가격, 기능, 발급소요시간 등)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서비스키는 CT·MRI 장비에 탑재된 서비스소프트웨어 비밀번호로,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기능 범위에 따라 레벨이 차등화 돼 있다. 지멘스는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서 서비스키를 요청하면, 기초레벨의 서비스키를 평균보다 높은 비용을 청구하고 최대 25일이 지난 후에 판매했다. 반편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서 요청하면, 고급 자동진단 기능을 포함한 상위레벨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당일 즉시 발급했다.

이같은 행위로 지멘스가 사실상 독점한 CT·MRI 시장의 진입장벽은 높아졌고, 4개 ISO중 2개 사업자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

지멘스는 이밖에도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ISO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업데이트 및 저작권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현저히 과장해 알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멘스의 이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중 가격 및 거래조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병원에 오인가능성이 높은 공문을 발송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호 ‘불공정거래행위중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사례가 유지보수서비스 등 후속시장(After market)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집행 사례라며, 중소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방해하는 독점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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