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논란이 백가쟁명식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규제를 둘러싸고 찬반양론도 팽팽하다. 그런데도 ‘블록체인’ ‘비트코인’ 등 용어도 익숙하지 않거니와 운영원리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논쟁지점도 기술적 진보, 투자와 투기, 탈중앙· 탈은행·탈중개, 가상화폐 속성과 정부역할 등 다양하게 제기되고, 반론도 많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가상화폐 때문에 생겨나는 사회적 현상도 심상찮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고가의 그래픽카드가 동나, 겨울특수를 맞는 PC방이 울상이다. 강의실에 채굴용 컴퓨터를 설치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고등학생에서 노인들까지 ‘묻지마’ 투자를 한다는 언론기사도 적지않다. 수년전 게임머니로 구입해 놓은 비트코인으로 몇억원을 벌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믿기도 그렇지만, 안 믿기엔 떠도는 말이 너무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이래저래 가상화폐시장은 비정상적이라 할만큼 뜨겁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논란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투기나 도박과 비슷한 가상화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거래소폐쇄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비트코인 가격폭등에 한몫 챙겨보겠다는 사람들의 반발은 당연했고, 투자냐 투기냐의 판단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거래소폐쇄 반대 청와대 서명이 봇물을 이루자, 15일 국무조정실이 나서 폐쇄안을 잠정보류하고 거래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거래소폐쇄안은 여전히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밝혀 가상화폐시장은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노동이 천대받고 가상화폐로 일확천금을 움켜질 수 있는 사회, 정부가 바라는 사회도 아니고 국민이 꿈꾸는 나라는 더욱더 아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부대응은 늦었다. 우왕좌왕했고 부처별 손발도 맞지 않았다. 가상화폐시장이 이렇게 과열되기 전에 투기가 아니라 투자로 유도할 정책이 필요했다. 정부가 실기를 하는 동안, 가상화폐시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가상화폐시장의 종주국이 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우리 정부 발표가 전세계 가상화폐 가격의 20%를 좌지우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전세계를 둘러봐도 한국만큼 가상화폐시장에 거품이 많은 국가는 찾아볼 수 없고, 그에 따른 거품붕괴 위험성 역시 비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단 한번이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 가상화폐규제 반대를 위한 청와대 청원서 제목이다. 정부로서는 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나아진건 없다고 청원서에 적었다. 난방비, 전기요금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경제적 허탈감 역시 여전하다고 했다. 

그러나 가상화폐로,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갖지 못했던 행복한 꿈을 이룬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지만, 폭락 등 시장실패는 사회·국가적인 재앙으로 대두될 수도 있는 일이다.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하면 노동의 가치는 떨어진다. 위화감 조성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달갑잖다.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면, 당장 소비위축을 가져올 것이고 내수시장은 더욱 더 침체에 빠질 것이다. 버블이 만들어지고 붕괴되는 과정에서 국민 모두가 격어야 될 고통은 이미 수없이 보아온 일이다.

가상화폐 광풍,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거래소폐쇄 등 극약처방은 오히려 위험하다. 차분히 내려설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할 수 있는 개혁적인 경제정책도 뒷심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이 천대받고 가상화폐로 일확천금을 움켜질 수 있는 사회, 정부가 바라는 사회도 아니고 국민이 꿈꾸는 나라는 더욱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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