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김진철 기획경제위원회 위원은 서울시 최초의 상인 출신 비례대표 의원이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두부장사를 하는 그를 정치의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는, 합정역에 들어선 대형마트와 맞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선천적인 소아마비로 인해 불편한 왼쪽다리를 가졌지만,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두부를 만들어 팔았다. 그런 그에게 새로 선출된 망원시장 상인회 회장은 상인회 간부로 시장을 위해 함께 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장사밖에 모르고 불편한 몸으로 집과 가게만 오가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 몇차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시더군요. ‘자네가 이 시장에 들어와 시장을 통해 먹고 살만큼 벌었다면,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봉사를 해야하지 않겠나’라고요. 정신이 번쩍들었습니다. 그 말을 뿌리칠 수 없어 미흡하나마 돕겠다고 나선 것이 여기까지 왔네요.”

서울시의회 김진철 기획경제위원회 위원은 서울시 최초의 상인 출신 비례대표 의원이다.   ©중기이코노미

망원시장 상인회의 사무총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던 당시 망원시장 인근인 합정동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았다. 구청에 정식으로 질의를 해보니, 망원시장에서 불과 670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가 들어선다는 회신이 왔다.

“그 때 당시에도 망원시장 인근인 상암동과 연남동까지, 세개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홈플러스 마트가 산성처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아래 쪽은 한강이고 합정동 홈플러스까지 생기면 손님이 들어오는 길이 다 막히고 포위되는 형국이었죠.”

망원시장 두부장수에서 ‘대형마트 저지’ 투쟁가로 변신

2012년부터 김 의원은 망원시장 상인들, 월드컵시장 상인들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홈플러스 입점 저지 활동을 했다. 2년여의 싸움 끝에 비대위는 홈플러스와의 상생협의를 이끌어냈다. 기존에 있던 망원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폐점하고,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품목 중 시장판매 품목과 중복되는 15개 품목을 제한했다. 또 시장발전을 위한 상생합의금 조성도 합의했다.

참여연대, 중소상인연합회 등과의 활동을 통해 김 의원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남양유업 사태를 비롯해 대규모 유통점의 무분별한 진출, 가맹본부의 갑질 등이 사회문제로 불거져 나왔고, 시민사회에서는 ‘서민을 위한다’는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서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후 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을지로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에서 2013년 출범한다. 을지로위원회는 서울시의원 비례대표로 상인의 목소리를 전달할 현장인물을 추천했고, 그렇게 김 의원은 2014년 서울시의원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았다.

“서민 돈으로 성장한 대기업은 받은 만큼 사회공헌 해야”

시의원이 된 이후에도 망원시장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망원시장에서 5km 거리인 상암동에 롯데의 복합쇼핑몰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시의원이 된 이후에도 망원시장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망원시장에서 5km 거리인 상암동에 롯데의 복합쇼핑몰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하나만 있어도 주변 상인들은 휘청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축구장 32배 크기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인들에게 사형선고와 같았죠.”

망원시장 상인들과 김 의원은 현재도 롯데 복합쇼핑몰 저지를 위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저항이 거세지자, 마포구가 통과시킨 건축심의를 서울시 도시건축심의위원회에서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축단계에서부터 상인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이 다 지어진 상태에서는 상권 붕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은 대형마트 등이 지어진 이후에야 대기업이 상인들과 상생협의를 한다며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떼어주는게 전부였죠. 그렇게되면 상권을 보호할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건축단계에서 판매시설 규모를 줄이거나 용도를 다른 건축물로 변경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롯데쇼핑은 상암동 롯데 복합쇼핑몰 건립으로 갈등이 깊어지자, 지난해 5월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도시계획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미 서울시가 롯데쇼핑에 상암동 부지를 판매상업시설 용도로 매각한 상황이라 서울시의 입장도 난처하고 롯데의 반발도 심해 어려움이 많습니다. 롯데라는 대기업이 그동안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성장한 만큼 이번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경제적 약자인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합의를 하길 바랍니다. 롯데의 결정이 우리 사회에서 좋은 선례로 남아, 궁극적으로는 롯데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 위해 의정활동…“작은 노력 모여 세상 바뀔 것”

최근에는 장애인 인권문제에도 집중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뇌병변장애인들의 의사소통권을 지원하도록 ‘서울특별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민생실천과 의회개혁의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주최한 ‘제3회 우수의정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주관한 ‘2017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좋은 조례 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장사만 하던 사람이 시의원이 돼 의회에 들어가보니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법률공부도 많이 해야했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희사이버대학교 NGO정책학과에 입학해 학업도 다시 시작했죠.”

뒤늦게 시작한 의정활동인 만큼 배울 것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다는 김 의원은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모두 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따뜻한 세상으로 흘러가도록 큰 물줄기를 바꾼 것은 분명하다”며, “저 같은 작은 정치인들은 보다 세심한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세상이 변해가도록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사람이 많이 모이면 세상은 결국 바뀔 것이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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